[책] 한 권으로 읽는 밀란 쿤데라ㅣ김규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외 (21세기북스)
이 책은 현존 최고의 작가라는 수식어를 가진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의 삶과 그의 작품에 관해 쓰고 있습니다. 저처럼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체코문학과 밀란 쿤데라를 이해하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인 김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체코어과 교수인데 약 20여 년 간 밀란 쿤데라를 연구하며 쓴 글들을 엮어 <한 권으로 읽는 밀란 쿤데라>를 출간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밀란 쿤데라의 주요 저서인 <농담, 1967>, <생은 다른 곳에, 196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984>, <불멸, 1990> 등을 포함한 전체 8개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9장. <불멸>_ 불멸을 향한 욕망의 몸짓
소설에서 본질적인 것은 오직 소설에 의해서만 말해지고, 그것이 다른 형태로 각색되면 비본질적인 것만 남는다.. 작가가 자신의 소설을 보호하고 싶다면 아무도 각색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달리 말해 그것들을 이야기할 수 없는 방법으로 써야 한다.
밀란 쿤데라가 <불멸>에서 하는 말은 제임스 조이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제임스 조이스 역시 <율리시스>에서 '불멸'을 보증하는 유일한 길이 소설에 수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작품에 담아 뜻하는 바를 쉽게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쿤데라의 <불멸> 역시 복잡한 구성으로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워 다른 형식의 예술로 각색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김규진 교수는 <불멸>이 20세기 마지막 10여 년간의 서양문명에 대한 비판서라고 알려줍니다. 사람도 역시 모든 것이 대중에 공개된 사람보다 뭔가 비밀스럽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익명의 인간이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불멸) 살아갈 수 있는 듯합니다. 대중에게 알려져 쉽게 각색되는 작품이나 삶은 본질을 잃기 쉽습니다.
개인적으로 밀란 쿤데라 작품 중 <생은 다른 곳에>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니 약간 모호하던 부분이 이해되고 전체적인 맥락이 순서대로 꿰어지는 듯합니다. '한 권으로 읽는..' 이런 류의 책을 잘 안 읽으려고 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만큼 밀란 쿤데라의 작품이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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