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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224) 점토·클레이로 거북이 만들기, 장애인 미술 수업ㅣ콜롬비아 보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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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점토·클레이로 거북이 만들기, 장애인 미술 수업ㅣ콜롬비아 보고타


수업 준비하는데 청소해주시는 여사님 두 분이 오셨습니다. 지난 시간 수묵화 수업을 하면서 작업대 바닥에 묻은 먹물을 닦아주러 오셨습니다. 저랑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라 책상을 보시더니 웃으며 '이게 무슨 일이에요! (Que pasó!)' 하시네요. 일반세제로 안 닦여서 점심시간에 다른 세제를 갖고 와서 닦아놓겠다고 하십니다. 아이고. 다음부턴 꼭 종이를 깔고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가방에 있는 초콜릿을 뇌물(!)로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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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내 달라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컬러링 도안을 나눠드리거나 특정한 과제를 지정해서 그려보시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아니고를 떠나 미술수업에 성의 없이 참여하는 분들께는 저도 성의를 다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분 중 한 분이 미겔인데 오늘따라 숙제를 두 개 다 해오셨습니다. 그것도 꼼꼼히 성의껏 해오셨네요. 반가운 일입니다. 


지난 시간에 파타콘(Patacón; 튀긴 플라타노)을 주신 분이 계셨는데 제가 치열교정을 해서 딱딱한 걸 잘 못 먹는다고 했더니 오늘 앙헬이 웨하스를 건네줍니다. 이건 부드러우니 치아가 아프지 않을 거랍니다. 잘 먹겠습니다.    



장애인 이용자 스무 분 정도가 함께 오시는 날입니다. 지난주에 돼지를 만든데 이어 이번주는 거북이를 만듭니다. 다리, 머리, 등껍질을 부분 부분 나눠 만들고 이어 붙입니다. 처음엔 한 분 한 분 다니며 형태를 제대로 잡아드렸는데 신디가 말립니다. 계속 도와드리면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우실 수 없으니 형태가 좀 이상해도 그냥 지켜보는 게 좋다고 합니다. 손을 거의 못 쓰시는 분들만 조금씩 도와드립니다. 




신디 말대로 스스로 하시도록 했더니 다양한 캐릭터의 거북이가 탄생합니다. 가늘고 긴 다리, 날개처럼 하나로 합쳐진 다리, 납작한 거북이에 머리 큰 거북이까지 재미있습니다. 오스피나는 매일 작업한 걸 갖고 가시는데 오늘 만든 거북이가 귀여운지 무릎 위에 올려두고 내내 쓰다듬고 있습니다. 점토가 밀려 거북이 등껍질이 점점 뭉개지지만 상관없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자녀를 향한 부모의 마음만큼 강한 에너지를 가진 건 없는것 같습니다. 장애인 이용자분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날은 미술실 앞이 늘 보호자분들로 북적입니다. 아이가 잘하는지, 혹여 실수라도 하진 않을까 애처로운 마음으로 미술실 안을 바라보고 계시는 게 느껴집니다. 수업 후에 보호자분들이 제게 자녀의 작업수행 능력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답변을 잘 못 드리니 송구합니다. 잘하고 계신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 재활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정도로만 말씀드립니다.       



(전도서9:1) 이 모든 것을 내가 마음에 두고 이 모든 것을 살펴본즉 의인들이나 지혜자들이나 그들의 행위나 모두 다 하나님의 손 안에 있으니 사랑을 받을는지 미움을 받을는지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은 모두 그들의 미래의 일들임이니라. So I reflected on all this and concluded that the righteous and the wise and what they do are in God's hands, but no man knows whether love or hate awaits him.


2023.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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