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중급반 수묵화·한국화 그리기 + 부채 그림 구상ㅣ콜롬비아 보고타
출근해서 동기랑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는데 임기가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4월 초 부활주간(Semana Santa) 열흘 정도 휴일을 보내고 나면 5월과 6월은 이틀씩 공휴일이 있으니 수업할 날은 더 적습니다. 남은 기간 잘 정리해야겠습니다. 전시회(Exposición)도 끝났고 야외수업(Museo Militar de Colombia)도 다녀왔으니 이번주부터 중급반은 아크릴화를 조금 쉬고 다른 활동을 이것저것 해보기로 합니다.
오전은 1시간씩 두 타임, 오후는 1시간 30분 한 타임 수업인데 중급반 분들께는 앞으로 시간 되는 분들은 오전에 2시간씩 그림 그리고 가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올해 들어 장애인 미술수업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서운하실 듯한데 그래도 양해해 주시니 늘 고맙습니다.
죠반니가 전부터 계속 먹물로 수묵화를 그려보고싶다고 하셔서 오늘 한국화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미리 유튜브로 한국화에 대해 예습을 하고 갑니다. 지난해에 수묵화를 그려보신 분들도 계시지만 다 같이 기본 수업은 하고 예시 그림 몇 점을 보여드린 후 자유롭게 연습하시도록 합니다. 다행히 전임 미술교육 단원분이 남겨두고 가신 화선지가 넉넉해서 재료는 여유 있게 씁니다.
역시 지난해서 수묵화 수업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먹물로 그려낸 선이 안정감이 있습니다. 죠반니도 처음엔 선이 짙고 굵게 나오다가 이내 먹물 성격을 파악합니다. 죠반니는 수업시간에 개인적인 이야기나 사적인 질문을 전혀 하지 않는 유일한 수강생입니다. 그런 분이 그림까지 잘 그리시니 그림실력과 예의를 묶어서 판단하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둥근 형태의 전통 부채가 10개, 접는 형태의 부채가 3개 정도 남아서 다음 시간에는 부채에 그림을 그리고 기념으로 가져가시도록 하려고 합니다. 창고에서 부채를 들고와서 보여드리고 미리 화선지에 부채에 그릴 그림을 구상해 보자고 합니다. 접는 부채는 3개뿐이라고 말씀드리니 추첨하자고 하시네요. 부채 그림도 구글링 해서 찾은 예시를 몇 개 보여드립니다. 지난번에도 든 생각인데 서예나 수묵화를 좀 배워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또 합니다.
갑자기 노트북 와이파이 신호가 끊기더니 도통 다시 잡힐 생각을 안 합니다. 복도에 들고 나가서 신호를 잡아보려고 하는데 안 되네요. 결국 예시를 보고 그릴 순 없게 됐으니 잠시 보여드린 부채들을 참고로 각자 그림 구상을 합니다. 다들 꽃, 난초, 새를 주제로 잡으시는 걸 보니 한국화의 주요 소재들을 제대로 파악하셨네요. 그림이 다 너무 아름답고 멋집니다.
프로는 재료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기관(DIVRI, 한-콜우호재활센터) 미술수업 수강생분들께도 잘 어울립니다. 붓도 먹물도 화선지도 수묵화를 제대로 배우는 데 적합한 컨디션이 아니지만 각자 나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예술가에게 중요한 헝그리 정신을 갖춘 멋진 작가분들입니다. 루이스는 수묵화로 다콩이를 그려줍니다. 제가 수업 시간에 다콩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나.. 잠시 되짚어봅니다. 전에는 안드리가 다콩이를 그려줬는데, 다들 어찌나 다정하신지 감동입니다.
(갈라디아서6:7)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Do not be deceived: God cannot be mocked. A man reaps what he sows.
2023.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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