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드로잉 기초반 추상화 개념 수업 + 추상화 그리기ㅣ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콜롬비아 군사 박물관(Museo Militar de Colombia) 야외수업에 가져갔던 미술재료들은 미술실에 가져다 놓고 곧장 구내식당으로 갑니다. 웬일로 깐델라(Candela)가 1층 카페테리아에 들어와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제가 다니는 길이 달라서 여기 있는 깐델라를 처음 보는지도 모릅니다. 1층과 2층 카페테리아는 도시락을 가져온 직원들이 식사하는 장소인데 깐델라는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나봅니다. 밖에서 식사하는 분에게 가려는데 앞서 나간 사람이 문을 잡아주지 않아 그냥 문 앞에 엎드려 있네요. 문을 슬쩍 열어주니 저를 한번 올려다보고는 나갑니다. 식사 잘해 깐델라.
2시 수업에는 약간의 인지장애가 있는 두 분과 드로잉 기초반 두 분이 오셨습니다. 수채화(acuarela)를 하려다가 늘 빠지지 않고 오시는 네 분이 야외수업 건으로 못 오셔서 다음주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추상화(pintura abstracta) 수업을 해봅니다. 사진 한장을 보여드리면서 추상화에 대한 개념 설명을 드리고, 미술실에 있는 작품 중 죠반니의 그림을 예시로 해서 사물을 조금 다르게 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단순해보이지만 작가 나름의 규칙과 의미가 담긴 독특한 추상화의 매력을 어필해보는데 어느정도 마음에 닿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 막 펜 드로잉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조금 어렵긴 하지만 중급반 죠반니의 작품을 그대로 베끼는 것부터 해봅니다. 지금까지 네 분과 수업하면서 이번 시간처럼 집중하시는 건 처음 봅니다. 눈에 익은 자연이나 사물은 세심히 관찰할 필요도 없이 본인이 가진 개념대로 그리니 대충 그리시다가 추상화는 낯서니 뚫어져라 보고 선 하나 그리고, 다시 뚫어져라 보고 그립니다. 집중력이 거의 없는 호르헤도 오늘은 다릅니다. 역시 낯선 상황이 사람을 깨웁니다.
네 분 중 가장 이성적인 성격을 가진 윌리엄은 오늘 애를 많이 먹습니다. 자를 대고 그려도 보고, 계속해서 지우개로 수정합니다. 나머지 세 분은 맞고 틀리다는 개념 없이 나름의 해석을 따라 그림을 그립니다. 대략 1시간 만에 스케치가 끝났습니다. 색연필로 컬러링을 하고 사인펜으로 테두리 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수업 후에 추상화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말씀해보시라고 했는데 조나단이 매일 보고 지나치던 사물들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추상화에 대한 개념이 어렴풋이 잡힌 듯 합니다.
그림 그리다가 조나단이 문득 한국 돌아가면 자신들을 그리워할거냐고 묻습니다. 네 분 다 손을 멈추고 제 답을 기다립니다. 음.. 오래 기억할거라고 말씀드리니 본인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하십니다. 수업 마지막 날 푼수처럼 울지 않아야할텐데요. 벌써 아쉬움이 한가득입니다.
코이카(KOICA) 해외봉사단 면접을 볼 때 당시 면접관으로 오셨던 서양화과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종종 떠올립니다. "미술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온전한 행복이다." 저도 수강생분들도 그림을 통해 늘 기쁘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민수기11:23)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여호와의 손이 짧으냐 네가 이제 내 말이 네게 응하는 여부를 보리라. The LORD answered Moses, "Is the LORD's arm too short? You will now see whether or not what I say will come true for you."
2023.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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