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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고립의 시대ㅣ노리나 허츠 Noreena Hertz, 외로움에 취약한 한국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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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립의 시대ㅣ노리나 허츠 Noreena Hertz, 외로움에 취약한 한국 (웅진지식하우스)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 1967)는 영국의 경제학자로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명예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러시아, 이스라엘, 이집트, 팔레스타인 정부의 경제자문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외교적 협상에 관한 중대한 결정에서 전 세계 리더들이 가장 신뢰하는 자문위원으로 손꼽히는 학자입니다. 

 

이 책 <고립의 시대; The Lonely Century>는 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에 내몰린 21세기 고립사회를 밀도 있게 분석한 책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에 대해 '비대면 기술선진국 한국은 외로움의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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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외로움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말하며 외로움을 몸을 아프게 하고 타인과 연결된 느낌은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고 합니다. 사례로 정통 유대교 지파인 하레디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레디 사람들은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 경제적인 어려움 등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생활을 통해 서로에게 돌봄과 지지를 제공하고, 그것이 길고 건강한 삶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노리나 허츠는 여러 연구결과를 참조하며 이러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지만 저는 콜롬비아에 잠시 거주하는 경험을 통해 공동체 문화가 신체와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과 국민행복도 1위인 콜롬비아의 가장 큰 차이로 공동체 문화를 꼽고 싶습니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저녁시간과 주말은 가족들과 보내고 먼 친척의 생일도 다 함께 모여 축하하고 친구, 직장 동료의 생일도 다 함께 축하하는 공동체 문화가 강합니다. 처음 보는 사이에도 웃으며 인사하고 낯선 사람과도 편하게 일상의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런 문화가 돌봄과 지지를 경험하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단어가 흥미롭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행위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는 것인데 이런 논리로 돌봄과 친절을 실천하도록 사회가 적극적으로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 긍정적인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다. '헬퍼스 하이'라고 알려진 기분, 에너지와 힘, 따뜻함과 차분함이 혼합된 느낌을 경험한다. 외로운 세기에는 사람들이 실제로 돌봄을 받는 것만큼이나 남을 돌볼 기회를 얻는 것 역시 중요하다. 

 

 

외로운 시대의 정치적 극단주의에 대해서도 경고합니다.

 

외로운 사람들, 불안하고, 어딘가 소속되길 갈망하지만 항상 '뱀을 보는' 이들은 포퓰리스트에게 이상적인(가장 취약한) 목표물이다. 오랫동안 고립된 생쥐들이 새로운 생쥐를 물어뜯듯이 외로움은 우리의 정치를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으로 몰아간다. "우리가 설 자리는 아무 데도 없었다. 나의 조국에서조차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바로 그때 나는 히틀러를 만났다." (청년 빌헬름)


오늘날 외로움 위기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부채질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소위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 '각자도생'을 강조하는 정치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무관심을 일상화하고 이기심을 미덕으로 만들고 온정과 돌봄의 중요성을 축소했다. 지난 40년간 우리의 관계를 거래로 변질시키고 시민에게 소비자라를 배역을 맡기고, 소득과 부의 격차를 갈수록 심화시키며, 이 과정에서 연대 공동체 친절 등의 가치를 주변부로 밀어냈다.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 그 심장부에 돌봄과 온정이 자리한 정치를 끌어안아야 한다. 


노리나 허츠는 비대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디지털이 아닌 면대면 상호작용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 직접 만나 시간을 보낼 방안을 찾자고 하며 전 세계의 고무적인 사례를 몇 가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견해가 다른 이들이 만나는 것에서부터 운동을 통한 친선, 실제적인 공동체 설계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게감이 있는 책이라는 걸 알고 펼쳤지만 읽고 나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머리를 한 대 시원하게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정신 차리라는 경고로 들립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노리나 허츠가 우려하는 고립시대의 심각한 현상을 모두 갖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2023.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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