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펜드로잉 기초 원근법 1점투시, 아크릴화 수업 acrílica (ft.콜롬비아보고타미술교육)
요즘 보고타(Bogotá)는 아침저녁으로 비가 자주 내려서 쌀쌀합니다. 수강생분들 중에도 감기 걸린 분들이 많고 저도 목이 좀 아픕니다. 콜롬비아는 보고타를 포함한 몇몇 고산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중 따뜻한 기후라 조만간 저지대 마을에 요양(?) 차 다녀와야겠습니다.
링콘과 아내분이 지난주 수업시간에 다 마무리하지 못한 콜라주 작업을 해오셨습니다. 링콘은 심한 뇌병변장애가 있으신데 누구보다 밝고 따뜻한 에너지를 가진 분이라 제가 기다리는 수강생 중 한 분입니다. 아내분이 항상 동행해서 오시는데 역시 부부는 닮습니다.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앙에게는 오늘 원근법(perspectiva)에 대해 설명해 주고 1점 투시(un punto perspectiva)로 기초 드로잉을 해봅니다. 건물 그리는 건 많이 어렵다고 해서 풍경으로 소재를 바꿔 그립니다. 작은 도화지에 저렇게 커다란 태양을 그리신걸 보니 스케치북이 작가의 에너지를 담아내기에 비좁습니다. 뭔가 본인이 처음 그린 그림에 만족하시는 듯 이리저리 사진을 여러 장 찍어가십니다.
오늘 11시 타임에 수강생분들이 몇 분 안 오셔서 수업에 좀 여유가 있습니다. 과묵한 죠반니와 거의 처음 길게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단지 예쁘고 아름답기만 한 그림은 아무런 감동이 없다며 본인은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고 합니다. 죠반니의 그림을 보면서 늘 한번 더 눈이 가고 궁금증이 생기곤 했는데 역시 철학이 있는 작가의 그림은 다릅니다.
수업 중에 한-콜우호재활센터(DIVRI) 홍보팀에서 프로그램 영상을 제작한다며 촬영을 하러 왔습니다. 사진도 찍고 비디오도 찍고 휴대폰으로 릴스용 짧은 영상도 담아갑니다. 미술실이 좀 어두워서 영상에 그림들이 잘 나왔을지 모르겠네요. 편집 잘 부탁드립니다.
루이스가 작업 중인 밤하늘에 고양이 세 마리가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밤, 달, 구름,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씨 좋은 작가입니다. 고양이 세 마리 중 오른쪽 아래 고양이는 통통한 우리 다콩이를 닮았네요. 알렉스와 아이껜은 계속 집을 그리는 중인데 오늘 아이껜은 컨디션이 안 좋은지 왔다 갔다 하며 그림을 보고만 있습니다. 가끔 콜롬비아 사람들이 짙은 원색을 과감하게 척척 바르는 걸 보고 있으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집니다. 제가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감사한 일입니다.
까르멘은 다시 꽃 그림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주까지 작업하던 초상화는 검은색 물감으로 덮어버렸습니다. ¡Adiós! (잘 가 안녕!) 하며 초상화에 검은 물감을 도포하는 모습에 다 같이 웃습니다. 이것저것 도전해 보는 것도 좋지만 잘하는 게 있다면 거기 집중하는 게 더 나을 때도 있습니다.
점심 후에 기관(DIVRI) 마당을 산책하는데 지난주까지 활짝 폈던 꽃들이 지고 새로운 꽃이 폈습니다. 사계절이 없는 콜롬비아에서도 식생은 때를 따라 변화하나 봅니다. 웨딩부케처럼 풍성하고 몽글몽글한 자태의 보라색 꽃 사이사이에 작고 하얀 꽃이 꽃꽂이한 듯 조화롭게 폈습니다. 너무 예뻐서 한참을 보고 서있다 왔는데, 저녁에 한국에서 친한 동생이 결혼 소식을 전해옵니다. 선물이라며 점심때 찍은 꽃 사진을 보내줍니다. 축하해.
(마태복음7:24)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Therefore everyone who hears these words of mine and puts them into practice is like a wise man who built his house on the rock.
2023.3.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