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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은둔의 즐거움ㅣ신기율, 고독의유익함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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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은둔의 즐거움ㅣ신기율, 고독의유익함 (웅진지식하우스)


은둔이라는 단어에는 어느 정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묻어있습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은둔을 '세상일을 피하여 숨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피하다, 숨다, 단어 해설에도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사회성, 쾌활함, 긍정성, 투명성 같은 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용어에 가치를 두는 시대 분위기에서 은둔이라는 단어는 거의 비주류에 가깝습니다. 신기율 작가가 이야기하는 <은둔의 즐거움>은 은둔이라는 단어에 새로운 이미지를 입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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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특히 한 분야에 전문가로 오랜 기간 그 일을 하다가 더 이상 성과가 나지 않는 때가 옵니다. 슬럼프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런 시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부족한 열정은 마음을 초조하게 한다. 그런 초조함은 시야를 좁히고 생각을 편협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자꾸 실수하게 되고 실수가 반복되면 내가 좋아하는 일에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이럴 때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낯선 것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여러 분야를 느슨하게 둘러볼 것을 권하면서 그러다보면 우연히 돌파구를 찾게 된다고 말합니다. 은둔의 유익함을 여행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숲을 보려면 숲 속에서 나와라'라는 소제목이 이런 조언에 참 잘 어울립니다. 


저자는 샤워나 책상정리, 산책, 기도 같은 자기만의 리추얼(ritual) 역시 즐거운 은둔이라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면 은둔이라는 것이 명상과도 비슷하게 사용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일을 피하여 숨음'이라는 사전적 의미에도 잘 들어맞습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으로 숨어 들어가 다시 마음을 재정비하는 일, 은둔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시간이자 공간입니다. 

 

은둔은 언제나 나에게 생각의 풍성함과 명료함을 선물해 줄 것이다. 

 

 

그림을 은둔의 하나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제 마음인 듯한 구절들이 나옵니다. 그림에는 작가의 정서가 담기고,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을 통해 작가의 정서가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그린 그림에는 스트레스가 담기고 그리운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에는 그리움이 담기고 기쁜 마음으로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에는 세련미는 없을지언정 설렘과 기쁨이 담깁니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리움이 담긴 그림을 보고 그리움을 느낀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그림의 형식 너머에 담겨 있는 화가의 마음을 직관적으로 느끼며 공명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은 의도하지 않아도 마음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본능적인 마음 출구가 되어준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입니다. 

 

표현하기 힘든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 준 건 인간에게 마음 출구를 마련해주고 싶은 신의 배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3.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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