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 한지 공예 papel coreano, 전통무늬 만들기, 장애인 미술 (ft.콜롬비아보고타미술교육)
콜롬비아에 없는 미술 재료 중 기관(DIVRI) 이용자분들은 한지 색종이(papel color coreano)를 특히 좋아합니다. 한지 색종이로 종이접기(origami)도 해보고 콜라주(collage)도 해봤는데 한지의 특성상 잘 접히지도 않고 찢어지지도 않아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한국전통문양(patrón tradicional coreano) 만들기를 해봅니다. 가장 만들기 쉬운 격자무늬로 골랐습니다. 색종이를 두 장씩 나눠드리고 도화지도 한 장씩 드립니다.
한지 색종이를 세 번 반으로 접고 가위로 오려 8개의 긴 조각으로 만듭니다. 도화지에 일정한 간격으로 8개를 붙이고 다른 컬러는 좌우에 4개씩 역시 일정한 간격으로 붙입니다. 바느질하듯 아래위로 종이를 교차시켜 격자무늬를 만듭니다. 조각의 수를 홀수로 했으면 격자가 정확하게 나왔을 텐데 제가 계산을 잘못했네요. 인지장애가 있는 분들의 경우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그래도 곰곰이 생각하시면서 하나하나 만들어 갑니다.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적당한 활동인 것 같습니다.
비장애인 초급 그룹은 조금 더 큰 도화지를 드리고 한지로 테두리 장식도 하시도록 합니다. 다음 주에 전시회(exposición)가 있는데 두 개 정도는 전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1시 수업에는 지난 금요일 처음 수업에 오셨던 존이 왔습니다. 그림에 굉장한 열정을 보이신 분인데, 한국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어보시기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국과 한국음식에 대해 구글링 해보시고 나중에 알려달라고 했는데 노트에 빼곡히 정리까지 해오셨습니다. 우와! 적어오신 내용 중 재미있는 게 많은데 '한국인은 소음을 좋아하지 않는다.(No les gustan los ruidos)', 이런 내용도 있네요. 관심과 성의를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하시는 분이 종종 계시는데 코이카 규정 상 봉사단원은 개인적인 수업은 못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수강생 한 분의 보호자인데 본인은 기관(DIVRI) 이용자가 아니라서 그림을 배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며 어떻게 배울 방법이 없냐고 다시 물으십니다. 수강생이 많지 않은 시간에 오셔서 아들이 수업하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그림 그리시라고 합니다. 콩테(carboncillo)로 그림을 한 번 그려보시라고 했더니 보고 그리시긴 했지만 형태도 잘 잡으시고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다음시간에도 오세요!
지난주에 처음 오신 후앙도 오늘 연습삼아 콩테를 사용해봅니다. 그림은 태어나서 그려본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처음 흰 종이에 그린 그림치고는 잘 그리십니다. 그림을 다 그리신 후에 원근법과 소실점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니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뭔가 깨달으신 듯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펜 드로잉을 같이 해보자고 말씀드립니다. 연속해서 수업에 와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분도 좋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분이 늘 더 반갑습니다.
(시편31:19) 주를 두려워하는 자를 위하여 쌓아 두신 은혜 곧 주께 피하는 자를 위하여 인생 앞에 베푸신 은혜가 어찌 그리 큰지요. How great is your goodness, which you have stored up for those who fear you, which you bestow in the sight of men on those who take refuge in you.
2023.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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