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보고타 현대미술관 MAMBO, 시간기반 미디어아트 Artes del Tiempo (ft.백남준비디오아트)
콜롬비아국립박물관(Museo Nacional de Colombia)에서 나와 센트로(Centro barrio) 쪽으로 걷는데 오늘도 햇볕이 피부가 따가울 만큼 강합니다. 선글라스에 검은색 우산까지 꺼내 씁니다. 보고타 현대미술관(MAMBO: Museo de Arte Moderno de BOgotá) 가는 길인데 박물관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립니다. 천문대(Planetario de Bogotá)가 있는 공원(Parque de la Independencia)을 지나 도로를 건너면 커다란 보고타 글귀가 있는 광장이 나오고 그 뒤편에 현대미술관이 있습니다.
현재 전시 중인 프로그램을 미리 알고 가는 게 아니라 어떤 걸 보게 될지 궁금합니다. 연두색이 이번 전시 테마 컬러인 듯 여기저기 사용 중입니다. 1층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티켓부스가 있는데 로비가 한산한걸 보니 대중적인 전시는 아닌 듯합니다. 18,000pesos(5천5백원)에 입장권을 구입하면 작은 티켓만 주고 별도 브로슈어나 리플릿은 없습니다. 로비 중앙에 전시된 Peili Zhang의 <An Uncertain Pleasure: 모호한 즐거움, 1996>가 먼저 보입니다. 12개의 모니터를 통해 몸의 각 부위를 긁는 손이 클로즈업되어 송출되는데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을,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긁는 행위의 '모순'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MAMBO 웹에 들어가 보니 미디어아트(Media Art)가 현재 전시 중인 작품들의 주제입니다. 미디어아트에 관심도 없고 매력을 느끼지도 않지만 낯선 경험은 늘 새로운 기회가 되니 꼼꼼히 둘러보기로 합니다. William Kentridge의 <Echo Scan Slide Bottle, 1998>은 별도의 공간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의료용 자료, 오래된 삽화, 피스톤 병 드로잉을 결합한 30분짜리 애니메이션 영화인데, 남아공의 아파르트페이트(Apartheid)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스크린 앞에 놓인 쿠션형 의자에 앉아 관람하다 나옵니다.
Mat Collishaw의 <Shakin Jesus: 흔들리는 예수, 2002>는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그리스도의 상징이 삶을 버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형상으로 대체되는 것을 표현한 작품인데 관람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둡니다. 실제 영상 제작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지하 전시실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 백남준(Nam June Paik) 작가의 작품, <18th Century TV, 1967>가 있는데 비디오아트(Video Art)의 선구자답게 주요 전시구역을 맡고 있습니다.
Paul McCarthy의 <Pinocchio Pipenose Household Dilemma: 피노키오의 집안일 딜레마, 1994>는 피노키오 분장을 한 작가가 집안일을 하는데 어딘가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거짓말을 많이 한 듯 피노키오의 코가 지나치게 깁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조건과 통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Glan Maria Tosatti의 <Land of the Last Sky-Evolution, 2016>은 'Seven Seasons of the Spirit(2013)'이라는 작품의 한 부분인데 깨진 유리, 나무 시계, 모노 비디오로 구성된 설치 미술작품입니다.
Elaine Sturtevant의 <The Dark Threat of Absence Fragmented & Sliced, 2002>는 7개의 모니터에 설치된 비디오아트 작품인데 콘서트 영상부터 1995년 Paul Mctarty의 비디오 페인팅을 풍자하는 영상까지 다양합니다. 이 작가는 주로 유명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재현하는 걸로 유명하다고 되어있습니다. 작품 바로 옆에 김수자(Kim SooJa) 작가의 <Cities on the Move, 1997>이라는 비디오아트가 소개문은 붙어 있는데 작품이 누락됐습니다. 작품 수정이 필요해서 잠시 뺀 건지 알 수 없지만 아쉬운 마음에 웹페이지(manbogota.com)에 올라온 이미지라도 가져옵니다. 콜롬비아 미디어아트 전시회에 우리나라 작가가 두 사람이나 포함됐다는 게 괜히 자랑스럽네요.
4층이 전시회의 메인인데 한국, 일본, 중국 동북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이 많습니다. Mariko Mori의 <Mirage(Miko no Inori), 1997> 작품 영상 앞에서 제 실루엣을 찍어봅니다. 영상 속 주인공의 네일도 예쁘네요. 건너편 Shaoxiong Chen의 <Ink City, 2005>는 중국 경제 자유화 과정에서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된 샨터우(Shantou)에서 태어난 작가가 작은 어촌마을이 대도시로 극적인 변화를 겪는 동안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 구조물, 사람들의 모습을 100점의 수묵화로 구성한 작품으로 영상은 3분 정도로 짧습니다.
지하 전시실에는 좌석에 편안하게 앉아서 볼 수 있는 미디어아트(Media Art)가 있습니다. 관객은 저 혼자네요. 감성에 취해 샹송을 부르는 여성분, 자수틀에 차분히 수를 놓는 남성분, 서로의 존재나 움직임에 전혀 관심 없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작가는 주로 현대사회상에 대한 섬세하고 예리한 풍자에 관해 작업한다고 합니다. Francesco Vezzolid의 <Embroidered Trilogy, 1997>입니다. 스탠드가 놓인 1인용 소파에 앉아 브라운관 TV를 보며 초콜릿 먹으며 한참 쉬다가 작품명도 작가명도 모르고 나옵니다. 작품에 몰입(?)했다는 의미이니 오늘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꼽겠습니다.
(요나4:1)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하시니라. But Nineveh has more than a hundred and twenty thousand people who cannot tell their right hand from their left, and many cattle as well. Should I not be concerned about that great city?"
2023.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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