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칼 융의 심리학과 종교 읽기ㅣ김성민, 만다라Mandala 명상 (세창미디어)
<심리학과 종교>라는 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의 저서에 대한 해설서이자 종교에 대한 융의 심리학적 사상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정신분석학자인 칼 융이 종교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이유는 종교와 정신치료 사이의 관계가 밀접하며,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는 종교가 약화된 결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합리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는 정신적인 것의 가치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공백을 물질적 풍요로 채우려 합니다. 그 결과 영혼이 없는 과학, 영혼이 없는 기술이 만연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의식이 지나치게 발달하여 무의식과의 접촉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그 사이의 균형이 깨어져 현대인은 정신적으로 취약하게 되었습니다. 무의식을 소홀히 하니 무의식이 반발하여 때때로 원시적 폭력성이 분출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세상을 자아+의식만 가지고 파악하면 그 삶은 지극히 협소하고 무의미하며 무료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아는 의식의 중심일 뿐 정신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식세계에 살면서 동시에 무의식의 세계가 우리 삶의 또 다른 부분을 차지하고 이 세상을 파악한다는 것, 융이 '동시성 원리'라고 부르던 원형적 세계인데 이 부분은 앞으로 더 알아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류는 태초부터 신적 존재를 체험하고 이것이 집단무의식 속에 원형으로 저장되어 있다고 융은 주장합니다. 인류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이 집단무의식을 연구하며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살펴보려 했습니다. 인간의 보편적 기호, 보편적 불안, 보편적 미의식 등에 대해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칼 융의 사상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융은 본인을 찾아온 환자 중 3분의 1이상이 임상적(clinical) 신경증 때문이 아니라 삶의 공허화 무의미감 때문에 병리적 문제를 겪는다고 말합니다. 그 중심이 비어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칼 융은 <심리학과 종교>에서 종교와 무의식의 관계를 다룹니다. 이를 두고 칼 융의 심리학이 지나치게 신비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생각을 굽히지 않습니다.
<심리학과 종교> 제3장 '자연적 상징의 역사와 심리학'에서 칼 융은 전체성의 상징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원과 사각형을 중심으로 한 만다라(Mandala) 상은 통합의 상징으로서 전체성을 나타낸다고 말합니다. 만다라를 통해 '조화의 극치감'을 느낄 수 있는데 물질과 정신, 세속세계의 탐욕과 신에 대한 사랑 사이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융은 현대인의 꿈에서 만다라의 중심에 신격이 없는 것은 현대 사회의 무신성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사람에게서 신이 죽으면 자아가 팽창하고 심하면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대인은 신 죽음의 시대에서 중심적 진리와 중심적 가치를 상실하여 피상적인 것들에 끌려다니며 고통받습니다.
칼 융은 또한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집단성'이라고 지적합니다. 모든 것을 통계적으로 계량하려 하고 개인은 유일한 존재가 아닌 사회적 단위의 하나로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뚜렷한 생각 없이 집단의 의견이 자신의 생각인 줄 알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집단적인 삶에 함몰되어 개인성을 발달시키지 못할 때 필연적으로 신경증이 찾아온다며 개별적 정신을 이루는 게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내면의 욕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 '세계관'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세계관을 갖는다는 것은 자기가 누구이고 이 세상이 어떤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자기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헤르만 헤세(Hermann Karl Hesse, 1877-1962)의 팬인데 그가 칼 융과 깊은 우정을 나눈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1916년 아버지의 죽음, 막내아들의 질병, 아내의 정신병 악화, 자신의 질병 등이 겹쳐 심각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때 칼 융의 제자로 부터 치료를 받게 됩니다. 이후 정신적 안정을 위해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그 때문인지 헤르만 헤세의 그림은 감상하는 이들에게도 치료적인 기능을 합니다.
심리학과 종교에 관심이 많았던 칼 융과 헤르만 헤세, 두 사상가를 동시에 좋아하는 팬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23.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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