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치과 병원 Clínica dental 진료, 콜롬비아 보고타 (ft.어금니깨짐)
한 달 전쯤 과자처럼 바짝 구운 딱딱한 고기를 먹다가 어금니 하나가 조금 떨어져 나갔습니다. 음식 먹을 때마다 음식물이 껴서 불편해도 한국 가서 치료해야지 하고 지냈는데 튀긴 플라타노를 먹다가 결국 그 어금니가 깨져버렸습니다. 떨어져 나온 치아 조각 크기를 보니 한국 갈 때까지 치료 안 하고 버틸 수준이 아닙니다. 집 근처 치과 병원을 검색하니 교정만 하는 곳도 있고, 치과 의사가 조회되기도 하고, 예약진료만 하는 곳도 있네요. 일단 신규환자 접수도 받고 후기도 괜찮은 치과 한 곳을 찾아 다음날 오전 병원에 갑니다.
병원 가는 길에 집 근처 문구점에서 다콩이 닮은 고양이를 또 만났습니다. 보통 오후 늦게 내려온다고 하더니 오늘은 아침 일찍 나와있네요. 항아리를 벅벅 긁다가 바닥에 내려서는데 어쩜 이렇게 작고 귀여울까요. 오른쪽 앞다리 털이 꼭 장화신은 듯 경계 진 것까지 다콩이랑 닮았습니다. 꼬리까지 그루밍이 제대로 안 됐는지 털이 뭉친 모습도 귀엽네요. 이 아이를 만난걸 보니 오늘 치과 진료는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마워.
치과에 도착하니 영업중(Abierto) 푯말은 붙어있는데 문은 잠겨있습니다. 벨을 누르니 의료용 복장을 한 치과의사분이 직접 문을 열어줍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어디가 불편해서 왔는지 묻습니다. 어금니가 깨져서 왔다고 하니 지금 예약 환자 진료 중이고 이어서 또 다음 환자가 예약돼있다며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는데 점심시간은 12시부터라서 오전에 진료를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떡하지..' 머릿속으로 생각 중인데 그래도 기다리겠냐고 다시 묻습니다. 그러겠다고 하니 대기실로 안내해 줍니다.
소파에 앉아 벽에 걸린 치과의사 자격 면허를 봅니다. 두 분이 운영하시는 듯합니다. 한 분은 Andrés, 또 한 분은 Andrea, 부부 치과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선반에 명함도 두 개가 놓여있네요.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놓인 포장된 선물은 속이 비었을까 뭔가 들어있을까 궁금하네요. 비었겠지요. 30분쯤 지나니 치료를 마친 환자분이 나오고 뒤따라 아까 그 의사분도 나옵니다. 12시까지 1시간 남았는데 다음 예약환자가 안오길 바라며 눈만 굴리고 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이제 제 차례라며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오!
떨어져 나온 치아 조각을 보여주고 상황을 다시 설명한 후 진료를 봅니다. 검사 후 치아 상태에 따라 두 가지 치료 옵션이 있는데 치아 상태가 괜찮을 경우 간단하게 오늘 한 번에 치료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3~4차례 더 와서 신경치료 등을 받아야 된다고 합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생각 중인데 어디서 왔냐, 여기서 무슨 일 하냐, 몇 살이냐 등등 물어봅니다. 마침 의사분이 저랑 나이가 같습니다. 예상대로 부부치과의사인데 오늘은 본인이 당번이라고 합니다. 제가 미술교육 자원봉사자로 와있다고 하니 본인도 치아를 다듬는 예술가라며 잘 치료해주겠다고 합니다. 다행히 검사 결과 문제가 없어서 바로 치료하고 나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틀 정도는 부드러운 음식만 먹고 이후로도 가능하면 딱딱한 음식은 다른쪽으로 씹으라고 조언해 줍니다. 저는 앞으로 콜롬비아에 있는 동안 딱딱한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을 거라고 답합니다. 어제저녁부터 치아가 걱정돼서 잠도 설치고 아침도 제대로 못 먹었더니 단백질이 당겨 집 근처 가게에서 치킨 반마리를 포장해 갑니다. 양념치킨 껍질은 벗기고 살만 발라내서 치료 안 한 쪽으로 조심스레 씹어 먹습니다. 맘이 편하니 치킨도 더 맛있네요. 꿀맛입니다.
(데살로니가전서5:23)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로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강림하실 때에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노라. May God himself, the God of peace, sanctify you through and through. May your whole spirit, soul and body be kept blameless at the coming of our Lord Jesus Christ.
2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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