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콜롬비아 음식+커피 만들기, 현지인 친구 집 초대, cafe colombiano
지난주 넬비드 집에 점심식사 초대받아 갔었는데 오늘도 갑니다. 집에 누군가 초대하는 것도, 다른 사람 집에 가는 것도 불편해하는 제가 넬비드네 놀러 가는 건 날짜가 기다려질만큼 좋습니다. 오늘은 넬비드 가족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도 챙겨서 갑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날씨가 화창합니다. 동네가 조용하고 깨끗한 데다 보고타(Bogotá)에서 보기 드물게 아이들끼리 나와서 노는 모습을 보니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착해서 입구 보안게이트 직원에게 친구네 방문하러 왔다고 하니 동행해서 집까지 데려다줍니다. 집엔 넬비드와 리히아, 조카 시몬이 있고 넬비드의 여동생과 조카 발레리아는 오후에 점심 먹으러 온다고 합니다. 입구에 걸린 최후의 만찬 액자가 오늘따라 눈에 들어옵니다. 주님, 오늘도 선물처럼 주어진 평안한 일상에 감사합니다. 리히아 방 입구에는 지난 전시회 때 제가 선물한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그림이 넬비드네 집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점심은 넬비드와 같이 준비합니다. 콜롬비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가정식인데 오늘은 소고기가 메인이고, 쌀밥, 렌틸콩+감자+당근을 소스와 같이 끓인 것을 곁들입니다.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리히아를 위해서는 따로 깔도(caldo de res) 수프를 요리합니다. 넬비드는 손이 빨라서 제가 옆에서 감자 4개, 플라타노 2개 깎는 동안 나머지 요리를 다 끝냈습니다. 대신 조리 도구들 설거지는 제가 합니다. 플라타노(platano) 굽는 솥(?)이 따로 있네요. 군고구마 구워먹음 좋겠습니다. 저는 늘 팬에 구웠는데 유용해 보입니다. 시몬은 냉동실에서 주스를 꺼내 해동합니다.
깔도 수프도 조금 맛보라며 덜어줍니다. 음식이 다 맛있습니다. 리히아가 식사 중에 계속 기침을 해서 넬비드가 천천히 심호흡을 같이 하며 조금씩 식사하도록 도와줍니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면서도 넬비드는 늘 밝고 유쾌합니다. 삶에 대한 인사이트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는 성숙한 사람입니다. 넬비드는 계속 일을 하다가 리히아가 갑자기 안 좋아져 7월부터 휴직 중입니다. 리히아도 병원보다 집을 선호하고 넬비드도 본인이 케어하고 싶어 잠시 일을 쉬면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습니다.
식사 후에 설거지는 늘 시몬 담당입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중3인데 차분하고 어른스럽습니다. 사춘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개념인지 문득 헷갈립니다. 시몬이 설거지하는 동안 넬비드가 방에 가서 가족 사진을 가지고 나옵니다. 리히아는 10남매, 넬비드는 3자매인데 다들 닮았습니다. 넬비드의 이모 중에 스페인 마드리드에 사는 분도 계시고, 사촌들도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중에 프랑스 파리에서 사촌이랑 콜롬비아커피 전문점을 할 거라며 그때 제게 연락 준답니다.
점심 후에는 맑은 공기도 마실겸 햇볕 쬐러 나갑니다. 시몬은 오늘도 공을 찹니다. 방학이라 수시로 이모집에 와서 이모도 돕고 할머니도 보살피는데 그 모습이 기특합니다. 제 조카도 어디든 자랑하고 싶을 만큼 착하고 똘똘한데 시몬도 그렇습니다. 산책 후 들어와서 커피를 내립니다. 콜롬비아 가정집에는 다 저렇게 생긴 포트가 있는데 커피가루와 물을 넣고 팔팔 끓인 후 망에 걸러 커피를 내리는 방식입니다. 향도 좋고 부드러운 게 맛이 정말 다릅니다. 나중에 한국 가져갈 커피 사러 갈 때 넬비드가 같이 가서 좋은 커피를 골라주기로 했습니다. 넬비드의 외국인 친구들이 수시로 연락와서 커피 보내달라고 한다는데 저도 한국가면 그럴 것 같습니다.
넬비드 여동생과 조카 발레리아가 오면 얼굴 보고 오려고 했는데 리히아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일찍 나옵니다. 가져간 선물은 모두들 좋아해줘서 다행입니다. 넬비드가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줍니다. 다음엔 넬비드 여동생네 집에 한번 초대하겠다고 하는데 저도 한국음식을 한번 대접(한국식당ㅋ)해야겠습니다. 집 오는 길에 마을 풍경이 예뻐 영상으로 찍어봅니다. 작은 버스를 탔더니 덜컹거려 화면이 많이 흔들리네요.
넬비드가 크리스마스(Navidad)에 먹는 빵이라며 선물로 줍니다. 식빵인데 안에 초코가 들었네요. 저녁으로 3조각 꺼내먹고 냉동보관해둡니다. 방 정리하는데 제 반려식물(파울&파울라)에 새순 올라오는 게 보입니다. 조그마한 몽우리가 옆에 송골송골 맺힌 게 너무 귀엽습니다. 저 모습 그대로 크기가 커지는 줄 알았는데 크기는 그대로이고 새순이 올라옵니다. 하루종일 해가 드는 남향 창가에 뒀더니 잘 자라는 듯합니다. 쓰담쓰담.
(미가7:7) 오직 나는 여호와를 우러러보며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나니 나의 하나님이 나에게 귀를 기울이시리로다. But as for me, I watch in hope for the LORD, I wait for God my Savior; my God will hear me.
2022.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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