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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5리터의 피: 피에 얽힌 의학·신화·역사·돈ㅣ로즈 조지 (ft.빌게이츠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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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5리터의 피: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돈ㅣ로즈 조지 (ft.빌게이츠 추천도서)


<5리터의 피>라는 꽤 심오한 제목의 이 책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대략 5리터에 달하는 '피(blood)'에 대해 의학적, 역사적,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 로즈 조지(Rose Geroge, 1969)는 영국의 저널리스트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프로그램인 TED에서 위생에 대해 강연 한 사람입니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그러나 소외된 주제들에 관심이 많은데 그의 다른 책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 (The Big Necessity: The Unmentionable World of Human Waste and Why It Matters)>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필독서 목록에도 올라있습니다. 에필로그에 보면 처음 저자는 생리를 주제로 책을 쓰려고 했는데 조사를 진행할수록 피의 모든 면을 다루는 쪽으로 범위를 넓힐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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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500밀리리터의 힘 

2장 가치 있는 흡혈 악마, 거머리

3장 헌혈의 선구자 

4장 피를 타고 퍼지는 바이러스

5장 구원자이자 파괴자, 혈장

6장 더러운 피, 월경

7장 지저분한 천, 생리대

8장 출혈 환자를 살려라, 코드 레드

9장 피의 미래 


ㅣ헌혈의 선구자

 

저자가 '헌혈의 선구자'라고 부르는 인물은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 설립과 유지에 큰 기여를 한 생리학자 재닛 마리아 본(Janet Maria Vaughan, 1899-1993)입니다. 그는 현대 헌혈과 수혈 체계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지옥(남성 위주의 20세기 의학계)'에서 과학을 수행한 학자입니다. 수혈 제도는 생긴 지 채 100년이 되지 않았는데, 의료 선진국인 영국조차 1946년에 수혈원이 출범했고, 국민보건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는 1948년에야 세워졌습니다. 영국의 국가의료제도는 이제 70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잠시 영국 런던에 거주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제도가 NHS였습니다. 생명에 관한 것은 자본주의 범주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재닛 박사와 저자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재닛은 가난이 목숨을 앗아 가는 현장을 보았다. 자서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그 시절에 의학을 공부하면서도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가난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못 견디게 싫었다. 신의 뜻이란 말이 진저리나게 싫었다'... 빈민가는 재닛이 정치에 눈뜨게 했다... 제자들에게 의술을 펼치려면 병원 약제실뿐 아니라 공공부조위원회 및 관료들을 상대하는 법도 배워야한다고 가르쳤다. 나는 재닛이 수련의 시절 빈민가에 발을 들인 뒤로 60년 동안 이런 현실을 고집스럽도록 냉철하게 비판한 것이 마음에 든다. 오늘날 영국에서 복지 국가와 국민보건서비스가 교묘하게 무너지는 상황을, 재닛이 매섭게 비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이런 현상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선 안 되기 때문이다."



ㅣ피의 미래

 

3장 헌혈의 선구자에서 논했던 내용과 정확히 반대되는 피의 미래에 관한 견해입니다. 수백년전, 신선한 피를 마시면 건강에 이롭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수혈을 통한 21세기 장수 산업은 기이(奇異) 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인간 욕망의 끝은 영생이 맞습니다. 소위 '젊은 피'를 이용한 치료를 표방하는 미국의 한 기업 웹사이트에 대해서 저자는 '무례하다 싶을 만큼 간결하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생명을 대하는 무례함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무지막지하게 돈 많은 부자들이 젊은 피나 혈장을 수혈한다는 소문과 그 허영심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나라면 수명 연장이 아니라 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 삶에 끼어든 알츠하이머, 파킨슨 같은 여러 질병을 끝낼 수 있는 그래서 더 나은 삶을 강조하는 노화방지에 마음이 끌릴 것 같다. 나는 치매를 앓는 사람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봤다. 만약 피로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면, 내게 빨대를 꽂아라."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들의 책은 안정감이 있습니다.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사고하는 방식, 논리를 이어가는 방식, 인상적인 한 문장을 뽑아내는 탁월함 등이 글 읽는 내내 감탄을 끌어냅니다. 피에 얽힌 역사, 피에 얽힌 돈, 피에 얽힌 의학과, 피에 얽힌 종교와 문화, 무엇하나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우리 몸이 숨을 쉬고, 혈액을 순환시키고, 똥을 배출하는 것 등은 관심을 끄는 특별함이 없기에 긴 시간 소외되어 온 주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기존 나의 지식과 생각에 살을 보태주는 책도 있고, 아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학습하게 하는 책도 있는데 <5리터의 피>는 후자입니다. 감각 세계의 너머에 있는 실재이자 사물의 원형인 이데아(idea)를 발견하는 일, 좋은 글은 예술작품과도 같습니다.


2022.1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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