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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ㅣ무레 요코 (aka.카모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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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ㅣ무레 요코 (aka.카모메 식당)


이 재미있는 제목의 책은 적어도 90년대생 이상인 젊은 작가가 쓴 글이라는 이미지를 줍니다. 그런데 1954년생, 70세가 다 되어가는 여성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무레 요코는 북유럽 핀란드 헬싱키(Helsinki)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의 원작자입니다. 10년 전 당시 북유럽 여행 후 노르웨이나 핀란드 유학을 준비해볼까 고민하던 시기에 친구의 추천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됐는데 제게 잔잔한 감동과 설렘을 준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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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를 꽤 오래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일본 음악, 미술, 사진, 책, 영화. 뭔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장인' 정신이 일본 문화의 매력인 듯합니다. 자본주의에 떠밀려가지 않겠다는 일본 문화의 고집도 느껴집니다. 현실감각 떨어지는 이상주의자인 제게 딱이죠.


무레 요코의 깐깐한 고집스러움이 궁금해서 이 책을 폈습니다. 괜히 끌린다는건 제 안에 같은 색깔의 캐릭터가 있다는 것일 테니 더 궁금하기도 합니다. 목차는 일상적인 소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한 무레 요코의 생각을 가볍게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놓고 있습니다.


sheet 1. 욕망

인터넷 쇼핑 / 화장 / 신용카드 / SNS / 카페인

 

sheet 2. 물건

휴대전화 / 하이힐 / 수첩 / 포인트카드 / 비데

 

sheet 3. 생활

결혼 / 말 / 관계 / 뒤로 미루기 / 나만은 괜찮다는 생각 



ㅣ휴대전화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며 공감할 부분이면서도 위트가 있어 무겁지 않습니다. 

 

"밖에서 사고가 나면 남들에게 신세를 지더라도 대처를 부탁할 수 있다. 문제는 혼자 사는 집에서 일이 벌어졌을 때다. 차라리 의식이 없다면 내 인생은 거기까지이니 그다음은 아무렇게나 돼도 상관없지만, 곤란한 건 의식이 있어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다. 이렇게 생각하니 급격히 휴대전화에 마음이 동했다... 그러나 역시 필요 없어 하고는 사지 않았다."   


ㅣ포인트카드

쿠폰을 챙기지 않는 저로서는 무릎을 탁 치며 옳쏘! 하는 부분입니다. 결국 쿠폰이나 포인트카드를 꼼꼼히 챙길 만큼 그것이 제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마음에 드는 가게는 있지만 그곳에서 쇼핑을 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할인이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납득하고 대가를 치르면 그걸로 됐다. 포인트카드가 60장이든 100장이든 관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그러나 나는 그런 타입이 아니어서 포인트카드와 영원히 이별했다." 


ㅣ결혼

이 파트에서 제가 무레 요코에게 괜히 끌리는 이유를 발견합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 삶의 방식이 있는 게 당연하니 세상의 기준에 NO라고 할 수 있는 인생도 좋다는, 세상의 모든 '아싸'들을 위한 무레 요코의 격려가 담겨있습니다.  

 

"내가 결혼에 흥미가 없는 이유는 남녀를 불문하고 동거인과 함께하는 생활이 어렵다는 것, 그리고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내게는 남자보다 아이가 더 어려웠다. 남성은 어른이라 얘기라도 해볼 수 있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다. '불도저 스타일'이 아닌 나처럼 '자전거 스타일'인 사람은 도로에 큰 돌, 작은 돌을 다 피하고, 큰 벽이 있으면 지나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서는 결혼도 자식도 피해야 했다. 이것이 내게는 베스트였다."



ㅣ관계

관계에 대한 글은 인간 관계, 혹은 거대한 조직과 개인의 관계에 대입해도 무리 없이 읽힙니다. 특히 어투가 제가 아는 어떤 분을 연상하게 해서 읽는 동안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뒷담화를 하면서도 내키지 않는 교제를 계속하는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실례가 되지 않도록 거절하는' 법을 생각하지 않았고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타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자기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 어른이니까 그 정도는 자신이 알아서 하라고, 못하겠다면 그냥 그런 관계 속에 있으면 되지 않냐고 말해주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점점 더 세상이 보기엔 고집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뭐 어때서? 라고 생각할 여유도 생깁니다. 실존철학에서 나오는 '본래성(authenticity)'을 따라 사는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라, 동료들과 잘 지내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등의 말들이 불편한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최소한의 사람의 도리를 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한껏 내 색깔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제 가치관을 '토닥토닥' 격려해주는 책입니다. 


2022.10.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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