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쇼펜하우어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ㅣ박찬국 (aka.철학수업)

728x90
반응형


[책] 쇼펜하우어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ㅣ박찬국 (aka.철학수업)


실존주의 정초(定礎)라고 할 수 있는 쇼펜하우어의 철학 사상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입니다. 어려운 철학사상을 대중이 쉽게 접하도록 하기 위해 <사는 게 고통일 때>라는 부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을 설명할 때 실존주의와 염세주의는 쓰기 편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볼 수 있다면 이들 철학을 더 제대로 이해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반응형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철학사에서 대표적인 염세주의 철학자입니다. 사는 게 고통이라고 말하며 고통의 원인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구명하려고 했습니다. 철학자 강신주 님이 거의 모든 강연에서 설파하는 것도 역시 '삶은 고(苦)'라는 것인데, 이 책은 도입부에서 이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에 대한 해설이기도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충족되지 않는 욕망에 시달린다면, 넘쳐 나는 부 때문에 아무런 걱정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은 권태에 시달린다. 따라서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삶을 잘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나 사는 건 고통이기 때문이다."


23세 때 쇼펜하우어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결심을 피력하며 일생 철학자로 살기로 합니다. 인생의 본질이 고통이라는 것은 어떠한 면에서는 합리적인 명제입니다. 그가 추악한 삶에 대해 숙고한 끝에 마침내 인생의 진리를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염세주의자였던 쇼펜하우어는 말년에는 거의 낙천주의자처럼 보일 만큼 자신의 삶에 만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860년 72세의 나이로 소파에 앉아 평온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삶은 추악한 것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숙고하는 것에 내 인생을 바치기로 했다."



ㅣ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오락가락하는 시계추다 

 

인간은 행복보다 고통을 강하게 의식합니다. 자신의 부와 명예는 별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아직 충족시키지 못한 욕망과 결핍은 강하게 의식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인간 심리의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범사에 감사하면서 살라'는 성경적인 말이 옳은 말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대로 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아래와 같은 논리가 가능해집니다. 저 역시 수긍합니다. 

 

"사소한 일(결핍)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사실은 다른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힘들어하는 일이 사소할수록 행복한 사람이다."


ㅣ인간은 가장 이기적인 존재다 

 

인간에게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강하게. 저자는 무한한 세계에서 참으로 보잘것없는 거의 무(無)와 다름없는 개인이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의 생존과 행복을 다른 모든 것보다 걱정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면에서 수전 손택(Susan Sontag)의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박찬국 교수의 아래 말은 꽤나 아프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항상 자신보다 더 풍족하거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부러워한다. 이러한 부러움은 결핍감과 함께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싶어 하는 이유다. 우리는 자신보다 더 처지가 못한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결핍감과 고통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ㅣ예술이 표현하는 것은 사물의 이데아다

 

예술은 어떤 것을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천재성을 요구하며, 쇼펜하우어는 바로 그 '어떤 것'이 바로 종의 본질인 '이데아'라고 부릅니다. 사물의 어디, 언제, 어떻게, 왜 등을 고찰하지 않고 다만 '무엇(was)'인가를 고찰하는 것인데 결국 예술에서의 시간은 모든 인과관계가 소멸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흐르는 물이 매 순간에 보이는 모습, 즉 소용돌이, 물결, 물거품으로 만들어내는 그것의 일시적 형태는 물 자체에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비 본질적인 것이다. 그것이 중력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유동성을 갖고 형태가 없으며 투명한 액체라는 것, 이것이 물의 본질이고 이데아다."



염세주의를 표방하는 쇼펜하우어 철학의 근본은 더 나은 삶,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됩니다. 갖가지 욕망을 추구하는 데 빠져 있는 일상적인 삶의 추악함과 허망함을 자각할수록 우리는 그러한 삶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마치 심리학적으로 자신의 성격상 취약한 점을 잘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두운 면을 인식하는 것은 어둠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것을 쇼펜하우어 철학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아래는 책 에필로그에 실린 쇼펜하우어의 시 일부입니다. 

 

낮, 낮을 나는 크게 알리고자 한다!

밤과 유령들은 한낮 앞에 달아날 것이다

이미 새벽 별은 낮을 알린다

 

곧 밝아질 것이다 아주 깊은 근원으로부터

세상은 광채와 색으로 덮일 것이다

깊은 푸르름이 무한학 먼 곳까지


2022.11.

글약방her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