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콜롬비아 우바떼 Ubaté, 첫 보고타 근교 여행
KOICA 봉사단원으로 현지에 입국하면 현지적응훈련 8주 후 기관에 파견되고, 기관 근무 1개월 후부터 KOICA의 승인을 받아 주말에 근무지를 벗어나 근교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첫 근교 여행으로 보고타에서 북동쪽으로 95km 떨어진 우바떼(Ubaté)에 동기와 같이 다녀오기로 합니다. 집에서 가까운 쌀리뜨레 버스터미널(Terminal de Transporte S.A)에서 7시 30분쯤 동기를 만나 티켓을 구입하고 버스에 오릅니다. 요금은 편도 14,000pesos(4천원), 버스는 30분에 한 대씩 있습니다. 좌석마다 모니터와 USB 충전 포트가 있네요.
저는 제가 운전을 하거나 운전석 옆자리에 앉으면 괜찮은데 버스 뒷자리에만 타면 멀미를 합니다. 멀미 증세는 잠드는 건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출발하자마자 잠들어서 우바떼 도착하고 깨어납니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우바떼(Ubaté)는 안데스 고원에 위치한 해발 2,500m의 조용한 시골마을입니다. '콜롬비아의 낙농 수도'로 불리며 주민들은 주로 축산업에 종사하고 마을에 치즈나 유제품 가게가 많습니다. 마을 중앙광장에는 우바떼 대성당(Basílica Menor Divino Salvador Ubaté)이 있는데 각도에 따라 흰색으로도 보이고 연노랑으로도 보이는 레고 블럭같이 예쁜 예배당입니다. 주말 오전이라 미사(Misa) 중입니다. 사람이 많아 내부를 둘러보지는 못하고 뒤에서 사진만 한 장 찍고 나옵니다.
점심은 피자를 먹으러 갑니다. Casa Nieto라는 곳인데 내부 정원 가드닝이 훌륭합니다. 그래서인지 동네 개도 있고 고양이도 여러 마리 있습니다. 삼색이는 우리를 보더니 애옹애옹 울면서 쓰다듬으라고 다가오고, 다콩이를 닮은 턱시도는 수줍은지 식물 틈으로 숨어버립니다. 흙을 밟고 살아 꼬질꼬질한 작은 발이 너무 앙증맞네요. 식당에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건강하게 지내.
우바떼(Ubaté) 마을 풍경을 담아봅니다. 우바떼는 비포장 도로가 대부분이고 주변에 농장이 많아 길에 흙먼지가 가득합니다. 차들은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다니고 신발도 금새 더러워집니다. 대도시 보고타에 많은 노숙인이나 넝마주이는 보이지 않고 치안도 괜찮은 느낌입니다. 길에 쓰레기도 없고 깨끗합니다. 집에서 입을 편한 바지를 하나 사려고 가게에 들어갔는데 직원들이 동양인인 저를 신기한 듯 대하면서도 무척 친절합니다. 중국인(Chino)이냐고 하기에 한국인(Coreano)이라고 정정해주니 곧바로 BTS!? 라고 합니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하길래 도망치듯 얼른 계산하고 나옵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걸어다니니 땀이 날 만큼 햇살이 따뜻하네요. 잠시 쉴 겸 커피를 한잔 합니다. 콜롬비아에서는 설탕이나 꿀 대신 빠넬라(panela)를 많이 사용합니다. 사탕수수로 만든 비정제 원당인데 커피에도 넣고 차(Aromática con panela)에도 타 먹습니다. 동기가 아까 제가 산 바지를 보더니 스카프냐고 합니다. 화려한 꽃무늬의 고무줄 바지가 언뜻 스카프로 보이기도 하네요.(하하) 마을 외곽으로 가면 젖소를 키우는 농장이 많이 있습니다. 콜롬비아 젖소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는데 다들 농장 한가운데 모여있네요.
우바떼(Ubaté)는 길고양이보다 길개 들개? 가 많습니다. 덩치 큰 주인 없는 개들이 마을 이곳저곳을 배회합니다. 경찰서 앞에도 공원 잔디에도 광장에도 주인 없는 개들이 늘어져 쉬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하거나 불편하게 하지 않는 걸 보면 이들도 우바떼 주민으로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잔디밭 한편 움푹하게 파인 곳에 마치 요람인 듯 쏙 들어가 누워 자는 개도 있습니다. 숨을 안 쉬는 게 아닌가 싶어 유심히 보니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네요. 잘 자.
2시 30분 버스를 타고 다시 보고타로 돌아갑니다. 분명 좌석제인데 티켓에 적힌 좌석번호 대로 앉는 법이 없습니다. 올때도 다른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붙은 좌석이 없어 동기랑 떨어져 앉습니다. 저는 탈탈탈 거리는 버스 조수석에 앉아 이리저리 마을 구경을 합니다. 의자가 좀.. 더럽습니다. 집 가면 곧장 샤워 하고 옷과 신발은 세탁해야겠다고 결벽증 환자는 다짐합니다. 오르락내리락 산맥을 넘어가는 동안 곳곳에 젖소(vaca)가 보이네요. 2시간 30분을 달려 보고타 북부 초입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 저희가 내리는 쌀리뜨레 터미널(Terminal de Transporte S.A)까지 다시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밀리는 차에 조금 시달렸지만 첫 보고타 시외여행은 별점 5점, 만점입니다.
2022.10.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