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보고타 뱅크시 Banksy 전시회, 챠피네로 Villa Adelaida
챠피네로(Chapinero) 쪽에서 뱅크시(Banksy) 전시회가 열립니다. 전시명은 <Genius or Vandal?; 천재인가 예술 파괴자인가>, 기간은 10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입니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인데 문득 전시회 수익은 누가 가져가나.. 라는 생각이 스치는 걸 보면 저 역시 자본주의에 완벽 적응한 1인입니다. 돈으로 사고파는 자본적 미술시장을 비판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예술성'이 탁월한 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뱅크시에 대한 호기심으로 동기와 함께 현장(Villa Adelaida)에 가봅니다. 전시회 관람 여부는 가서 결정하기로 합니다.
콜롬비아 국립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de Colombia) 앞에서 동기를 만나 챠피네로까지 걸어갑니다. 40분쯤 걸어 챠피네로에 도착합니다. 규모도 크고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성당(Basílica Menor Nuestra Señora de Lourdes)이 눈에 띕니다. 혼자였음 잠시 들어갔을 텐데 동행이 있어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지나갑니다. 다시 20분쯤 더 걸어 뱅크시(Banksy) 전시가 열리는 곳을 찾았습니다. 입구에 현수막과 커다란 풍선 조형물이 모두 뱅크시를 대표하는 컬러인 블랙, 화이트, 레드로 꾸며져 있습니다.
전시가 진행되는 Villa Adelaida는 1921년에 지어진 건물인데 현재는 미술 전시회 등에 사용되는 아름답고 아늑한 공간입니다. 안쪽에 들어가 티켓부스를 찾아갑니다. 평일이고 전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한산합니다. 오전, 오후 관람료에 약간 차이가 있는데 오후가 조금 더 비쌉니다. 성인은 75,000pesos(22,000원), 동기랑 눈빛을 교환하고 오늘은 마당만 둘러보고 갑니다. 문득 제게 그림을 가르쳐주신 은사님이 생각나네요. 현대 상업주의 맛을 본 미술품은 보기만 해도 작가의 스트레스가 그대로 느껴져 보기 싫다고 하셨는데.. 뱅크시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합니다.
챠피네로(Chapinero)에는 글로벌 체인의 고급 호텔도 많고 쇼핑할 곳, 맛있는 식당도 많습니다. 오늘은 제 개인적으로 중요하고 기쁜 날이라 동기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어 아시안 음식(Teriyaki)을 먹으러 갑니다. 여러 메뉴를 시켜서 나눠먹는데 음식에서 나온 구운 양파 하나가 마치 고양이 얼굴같이 생겼습니다. 안녕? 우리 다콩이 보고싶네요. 중남미에서 먹는 아시안 음식인데 생각보다 플레이팅도 괜찮고 음식도 맛있습니다. 별점 5개 중 4개입니다.
집에 와서 쉬는데 와츠앱(Whatsapp) 알림이 울립니다. 미술 수강생 중 한 명이 집에서 그린 그림을 보내왔습니다. 브라질(Brasil)에서 일하고 싶어 포르투갈어를 배우는 분인데 오늘 보낸 그림도 리우데자네이루(Río de Janeiro) 예수상입니다. 영국을 짝사랑하는 저는 영국 풍경을 그리고, 이분은 브라질을 그립니다. 너무 멋지다고 답장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기쁜 마음으로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캔버스에 옮길 때 그 그림은 근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이 약간 거북목(!)처럼 표현되었지만 브라질을 향한 이분의 설렘이 그림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Estupendo!
2022.10.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