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활동물품 견적 받기, 1일 1만보 걷기 운동 시작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아침식사를 챙겨 먹고 따뜻한 라테를 마시면서 창밖을 보는데 벨이 울립니다. 지난주에 집주인에게 부탁한 그릇 건조대를 아파트 관리인이 가져다주고 갑니다. 그릇이 다 크고 무거워서 그냥 쌓아두면 그릇을 깰 것 같아 불안했는데 다행히 콤팩트하고 튼튼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다음 주까지 미술 수업에 필요한 활동물품을 KOICA에 신청해야 하는데 지난번 받아 둔 견적에서 내역이 좀 바뀐 게 있어 다시 받으러 갑니다. 챠피네로(Chapinero)까지 가기엔 너무 멀어 인근으로 검색하니 쌀리뜨레(Salitre) 쇼핑센터에 화구를 파는 빤아메리카나(Panamericana)가 있습니다. 집에서 3km, 버스로 15분 거리입니다. 콜롬비아에 오고 3개월 정도 운동을 쉬다가 지난번 복싱(Boxeo) 수업에서 무리했는지 온 몸이 아파 뭉친 근육도 풀 겸 걸어가기로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Quinta Paredes)에서 쌀리뜨레(Salitre)까지는 주택과 아파트 단지가 모여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거주지라 깨끗하고 조용합니다. 최근에 비가 많이 오는데도 하천에 물이 거의 없네요. 걷다보니 동상이 하나 보이는데 <Luis Carlos>라고 되어있고 뒤편 문구를 읽어보니 콜롬비아 민주주의(Democracia)에 기여한 분인 듯합니다. 동상 바로 옆 노점상에서 팔찌랑 반지를 팔고 있습니다. 액세서리 좋아하는 언니 생각이 나서 반지 두 개, 팔찌 한 개를 선물로 구입합니다. 판매하시는 분이 처음엔 저를 세뇨리따(Señorita: 아가씨)라고 하더니 3개를 구입하니 갑자기 프린세사(Princesa: 공주님)라고 부릅니다. 뭔가 바가지를 쓴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기분 좋게 인사하고 갑니다. 많이 파세요!
30분쯤 걸려 쌀리뜨레 쇼핑센터(Salitre Plaza)에 도착했습니다. 3층에 있는 빤아메리카나에 가서 코워커 신디(Cindy)가 적어준 물품들을 위주로 해서 색연필, 아크릴 물감, 컬러펜, 점토, 붓 등을 꼼꼼히 골라 담습니다. 직원에게 견적서를 부탁하고 필요한 개수를 불러줍니다. 총 300만 페소(750 USD) 정도가 나왔습니다. 1년에 1,500 USD 이내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일단 이번에는 현지 조달 가능한 것으로 이 정도만 신청해야겠습니다.
물품 견적을 받고나니 12시가 넘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3층 푸드코트로 올라갑니다. 옆에 식물원 수준의 실내 화단이 있네요. Carbon&Xilvestre에서 콜롬비아 음식 중 코워커 신디(Cindy)가 추천해준 반데하 빠이사(Bandeja Paisa)를 주문합니다. 강낭콩 소스에 아레빠, 소시지, 돼지고기, 소고기, 계란 프라이, 플라타노, 밥, 아보카도가 같이 나옵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아레빠(Arepa)는 한편에 밀어 두고 다른 것들을 먼저 먹고서 아레빠는 결국 남깁니다. 감사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별점 5개 중 4개 드립니다.
쇼핑센터에 온 김에 은행 ATM 기기에서 필요한 현금을 인출하고 잔액도 확인합니다. 안경점(Jean Monnier)에 들러 선글라스도 샀습니다. 콜롬비아는 햇빛이 강해 선글라스는 필수인데 갖고오질 않아 계속 찾아다니다가 마침 가격도 적당해서 200,000 pesos(6만 원)에 무난한 디자인으로 골랐습니다. 이제 눈살 찌푸리고 다니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2시쯤 집에 가려고 쇼핑센터를 나서는데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먹구름은 약간 있지만 밝은 하늘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니 분위기가 묘합니다. 쏟아지는 비를 우산으로 받치고 신나게 노래부르면서 집으로 갑니다. 곧 핼러윈(Halloween)이라 집집마다 현관에 장식을 걸어뒀습니다. 길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뭔가 저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올려다보니 아파트 2층 거실에 고양이가 앉아있습니다. 안냐옹.
비가 많이 와서 그냥 집으로 갈까 하다가 마트에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콜롬비아 입국 후 3개월 정도 호텔 생활할 때 매일 아침 먹던 파파야(Papaya) 생각이 나서 큰 파파야를 한통 사 옵니다. 늘 손질된 파파야 과육만 보다가 씨 부분은 처음 봅니다. 씨는 다 발라내고 과육을 한입 먹는데 호텔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맛있네요. 자주 사다 먹어야겠습니다. 학교다닐 때 부터 허리가 좋지않아 많이 걸어야 하는데 앞으로 하루 1만보씩 걸어보려고 합니다. 집 와서 보니 오늘은 일단 성공입니다.
ㅣ파파야(Papaya)
콜럼버스가 '천사의 열매'라고 표현했을 만큼 맛이 뛰어난 열대과일로 비타민C와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합니다. 껍질이 깨끗하고 노란색을 띠는 것이 좋으며 18~22℃ 통풍이 잘 되는 상온에서 7일 정도 보관이 가능합니다. 머리와 밑동을 자르고 세로로 반을 잘라 씨를 긁어내고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됩니다. 파파야에는 소화효소인 파파인이 위장의 부담을 덜어줘 식후 디저트로 좋습니다. 칼로리가 낮아 비만인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2022.10.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