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우쿨렐레 Ukulele 배우기, 복싱 Boxeo 시범 수업 (ft.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수업은 없는 날인데 스페인어 공부도 하고 그림이랑 화구 정리도 할겸 출근했습니다. 한 달 정도 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나니 이제 그림도 많이 모이고 공예품도 여럿 됩니다. 물론 외부에 내놓을 만큼 수준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저는 이용자분들이 작업한 모든 그림을 모아둡니다. 수준이나 스킬이 어떠하건 모든 그림은 멋집니다. 얼마 후에 전시회도 할 예정입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음악교육을 하는 동기에게 우쿨렐레(Ukulele)를 배우러 갑니다. 오후에는 둘 다 수업이 없어 좀 여유가 있습니다.
C 코드, F코드, G코드 짚는 법을 배우고 따라 하는데 손가락이 짧은 제겐 G코드가 제일 어렵네요.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동기는 스페인어를 잘하는데도 한국어로 수업하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합니다. 외국어로 외국인에게 음악과 미술을 가르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오전에 수강생 중 한 분이 치킨 아레빠(Arepa pollo)를 먹어보라고 주셨는데 콜롬비아 사람들은 아마도 '아레빠부심'이 있는 듯합니다. 저는 이 옥수수빵을 언제쯤 좋아하게 될까요.. 그래도 남기지 않고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음악실이 있는 1층 복도 한켠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두 분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마스크를 하신걸 보면 코로나 이후, 최근에 찍은 듯합니다. <KOREAN WAR VETERAN>, 모자와 가슴의 훈장에 적힌 이 글씨가 볼 때마다 참 가슴 뭉클합니다.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준 콜롬비아 군인을 사진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럽습니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달려와주신 것에 경의를 담아 깊이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 복싱(Boxeo) 시범수업을 신청했는데 오늘이 그날입니다. 동기도 운동을 하나 배우고 싶다며 같이 가겠다고 합니다. 오후 4시,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문이 잠겨있네요.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트레이너가 나왔는데 저희 둘을 보더니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제가 인스타그램 DM으로 문의하고 시범수업 신청을 했는데 제 아이디가 남자 이름이라 아마도 남자 두 명이 오는 줄 알았나 봅니다. 게다가 동양인 여성 둘이니 더 놀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온통 검은색이고 퍼스널 트레이닝만 하는 곳이라 기구는 별로 없고 트레이너는 세분 정도 계십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트레이너가 시키는 준비운동을 합니다. 동기도 저도 콜롬비아에 온 이후 운동을 안해서 기초체력이 엉망입니다. 준비 운동하다가 뻗을 지경입니다. 복싱(Boxeo) 기초 동작을 배우고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칩니다. 글러브는 너무 크고 샌드백은 너무 묵직하네요. 20분밖에 안됐는데 힘들어서 집 가고 싶습니다. 동기와 교대로 스파링 비슷한 것도 합니다. 트레이너분이 스티로폼 봉을 휘두르고 우리는 피하는 동작인데 그냥 스티로폼 봉으로 등짝 때리는 것 같습니다. 동기랑 서로 보면서 웃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1시간 시범수업인데 시간이 엄청 느리게 갑니다. 너무 힘든데 계속 다른 운동을 시킵니다. 50분을 주먹을 휘두르다 드디어 마무리운동을 합니다. 팔 벌려 뛰기(PT체조) 100회, 동기는 헉헉대며 100번을 다 하는데 저는 제 체력을 생각해서 40회 정도만 했습니다. 둘 다 땀범벅입니다. 힘든데 오랜만에 격하게 운동하니 기분은 너무 좋네요. 집 가서 저녁 차려먹을 기운이 없어 외식하기로 합니다. 콜롬비아 와서 처음 후라이드 치킨을 먹는데 운동 후라 더 맛있습니다. 복싱을 매일 1시간씩 하면 월 290,000pesos(9만원) 입니다. 재미있고 운동도 될 것 같은데 매일 할 수 있을지.. 동기랑 좀 더 고민해보기로 합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어느 정도 몸이 아플까요. 기대(?)가 됩니다.
2022.10.
글약방her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