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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66)ㅣ한국화; 화선지+먹물 수업, 추상화 그리기 (ft.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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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한국화; 화선지+먹물 수업, 추상화 그리기 (ft.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한-콜우호재활센터(DIVRI)에서 미술교육 단원으로 활동했던 선임 단원분이 당시 사용하고 남은 재료를 주셨습니다. 코로나 이후 한국에서 콜롬비아로 오는 일반 국제택배가 막혀서 현재는 한국에서 재료를 구입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다행히 한국화 재료와 부채 같은 몇 가지 동양화 작업에 필요한 화구를 받아서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페인어권에서는 화선지를 라고 부르고, 먹물은 라고 부릅니다. Papel coreano, Pintura coreana라고 수정해주고 싶지만 괜한 자존심인가 하는 마음에 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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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을 묻히지 않고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얇은 화선지에 구멍을 뚫진 않을까, 소소한 염려를 하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먹물을 사용하는 방법과 물을 쓰는 법, 화선지의 특성 등을 설명해주고 한국화 예시를 몇 가지 인터넷에서 찾아 보여드립니다. 먹물로 그림 그리는걸 무척 재미있어하시고 반응도 무척 좋습니다. 이전에 있던 미술교육 단원은 3년을 활동했는데 한국화 수업을 한 번도 안 했다며 코워커 신디(Cindy)가 서운한 표정을 짓습니다. 우리나라의 특징적인 미술 작업들을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서예도 한번 해봤으면 좋겠는데 서예 붓을 구할 길이 없어 있는 재료로 경험만 해보시도록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등교육만 받아도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기법은 배울 수 있는데 콜롬비아에 와서 보니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이 새삼 탄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처음 그리시는 것 치고는 다들 꽤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그림 그리시는 것만 봐도 성격을 대충 읽을 수 있는데 세심하고 참을성 있는 성격인지, 조급하고 결과를 빨리 보려고 하는 분인지 보입니다. 제가 전자에 마음이 끌리는 걸 보면 저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후훗) 






제 수업에 오시는 이용자분들 가운데 왼손잡이인 분이 세분 정도 계시는데 우연인지 다들 성격이 차분하고 세심하며, 그림을 정말 좋아한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런 분들께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할 때 특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자칫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잃거나 흥미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어서 되도록이면 지켜보는 쪽을 택합니다. 저는 가르치는 사람으로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분들을 통해 저 역시 배우러 온 것이라는 걸 늘 상기하려고 합니다.     





위에 그림은 오후 수업에 오신 또 다른 왼손잡이 이용자분(Andry)의 그림입니다. 뭔가 한번 더 눈이 가는 단정하고 아늑한 느낌의 그림입니다. 안드리는 아침 일찍 포르투갈어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제 수업에 오는데 다음 주에 시험이 있어 요즘 간혹 수업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은 늘 제 와츠앱(Whatsapp)으로 집에서 그림 연습한 거라며 보내주곤 합니다. 브라질에서 일하려고 포르투갈어 배우는 중이라는데 꿈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아코디언과 기타를 그린 이 분은 시인이면서 작사 작곡도 하는 분(Ricardo)입니다. 음악을 하는 분이라 그런지 그림도 좋아하시는데 한 타임(2시간)에 다 완성은 못하고 늘 두 세 타임에 걸쳐서 세심하게 작업합니다. 그러고 나면 늘 제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시는데 정성 들여 그린 그림에 애정이 가는 듯 보입니다. 악기 그림에서 유쾌하고 밝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전신마비로 휠체어를 타시는 분(William)이 가끔 제 수업에 오시는데 컬러링 작업을 좋아하십니다. 손가락 사용이 자유롭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단순한 도안보다는 복잡한 도안에 색을 입히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도안을 더 다양하게 준비해야겠습니다.     



수업에 거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오시는 분(Luis)이 있는데 제 전담 통역관 역할을 해주고 계십니다. 제가 부족한 스페인어 실력으로 띄엄띄엄 설명을 하면 그걸 자연스럽게 풀어서 다른 이용자분들께 전달해줍니다. 매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한국화 수업에서 오전에는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시고, 오후에는 그냥 스케치북을 하나 달라고 하시더니 사람 얼굴을 그립니다. 어딘가 낯이 익다.. 하고 여쭤보니 제 얼굴을 그리고 계셨네요. 콜롬비아에 와서 벌써 네 번째 받는 초상화 선물입니다. 뭔가 제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 게 어색해서 저는 제 초상화를 그려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2022.10.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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