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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58)ㅣ유화 Pintura al óleo 작업, 청사초롱 만들기 Origami (ft.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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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유화 pintura al óleo 작업, 청사초롱 만들기(한국 전통 종이접기 origami)


아침 출근길에 집 창밖으로 보이는 큰 나무를 도로에서 올려다봅니다. 저 나무는 이름이 뭘까요. 굵은 나무 둥치가 굽은 데도 없이 높이대로 쭉 뻗어 자라 있습니다. 저 큰 나무가 제 방 창문으로 보면 더 크게 보이는데 볼 때마다 든든합니다. 성경 속 인물인 삼손(Samson; 태양의 사람)이라 불러야겠습니다. 잎이 무성한 게 삼손의 머리카락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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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는 수준에 따라 수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재료를 수시로 맞춰 꺼내와야하고 다시 창고에 넣어둬야 하니 수업을 다양하게 하면 꽤 번거롭지만 한번 해봅니다. 9월 초 수업을 시작한 이래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신 분이 계시는데 드로잉 기초는 다소 부족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시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하시면 별도로 그림을 봐드리겠다고 하고 캔버스와 유화 재료들을 가져다 드립니다. 콜롬비아는 캔버스나 물감 등 화구 재료가 비싼 편입니다. 코워커(Cindy)에게 몇 번 구입 여부를 물어봤지만 부정적인 답변만 받았습니다. DIVRI에서도 충분한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우니 적절한 조율은 필요할 듯합니다. 




일반 이용자분들을 대상으로는 드로잉과 종이접기를 접목한 작업을 같이 합니다. 청사초롱을 만들었는데 수업을 준비하면서 청사초롱의 의미를 저 역시 새로 배웁니다. A4지에 도안을 그리고 코워커 신디(Cindy)에게 20장 복사를 부탁합니다. 봉사단원들의 책상에는 PC도 없고, 그래서 프린트기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복사기는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부탁하면 복사해서 줍니다.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지만 불평하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활동하기로 맘을 바꿉니다. 이게 불평이네요.(흐흐)   








색을 칠하고 도안을 따라 오리는 작업을 하는데 풀칠하는 부분까지 하나하나 다 잘라내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당황스러웠는데 코워커 신디(Cindy)가 차분하게 테이프를 들고 와서 잘려나간 부분을 다시 붙여줍니다. 제겐 당연한 일이 어떤 분들께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작업도 최종 결과물에 제 각각 개성이 담깁니다. 원하면 결과물은 갖고 가시라고 했는데 몇 분은 두고 가실 줄 알았더니 모두 갖고 갑니다. 결국 샘플로 걸어둘 게 없어 제가 하나를 만들어 걸어둡니다.   





ㅣ청사초롱(CheongSaChoRong) 

 

조선후기 왕세손이 사용했고 일반에서는 혼례식에 사용함. 혼례식에 청사초롱이 쓰이게 된 것은 조선 후기부터임. 청사초롱의 홍색은 양(+)을 상징하며 청색은 음(-)을 상징하여 음양의 조화의 의미로 청홍 배색을 사용함.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공식 심벌로도 사용됨.






수업을 마칠 즈음 제가 오늘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힘들어하니 이용자분 중 한 분이 이런저런 위로를 해주십니다. 말씀은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분이 진심으로 저를 염려하고 응원하신다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언제 왔냐, 언제 가냐, 콜롬비아가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이 '지금 계획은 1년이지만 더 연장할 수 있지?'라는 것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사실 길지 않습니다. DIVRI 이용자분들께 1년은 더 짧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KOICA에서 코로나 직후 봉사단 파견을 재개하면서 1년으로 활동기간을 줄여서 저희 기수는 1년 후 현지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이상이 없으면 다시 1년을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저는 여기 처음 파견될 때도 건강검진 재검을 통해 어렵게 왔기 때문에 다시 건강검진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현재로선 1년만 하고 돌아갈 생각입니다. 



오후 수업까지 끝내고 교실을 정리하고 나면 4시가 조금 넘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중간에 끊기가 애매할 때가 많습니다. 느낌을 살려 끝까지 그리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듭니다. 오늘도 한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림을 그리고 계셔서 기다려드립니다. 문득 시계를 보더니 벌떡 일어나십니다. 제가 마치자는 텔레파시를 보낸 게 통했나 싶어 괜히 미안합니다. 오후가 되니 감기 기운이 또다시 올라옵니다. 낮엔 괜찮다가 해가 지면 심해지는 게 감기라.. 저녁에 집 가서 밥 먹고 약 먹고 일찍 자야겠습니다. 힘든 하루였지만 잘 버텨준 제 몸과 마음에 감사합니다. 


2022.10.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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