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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인생 우화ㅣ류시화 (ft.폴란드 헤움 Chełm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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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생 우화ㅣ류시화 (ft.폴란드 헤움 Chełm 마을)


<인생 우화> 라는 책 제목이 재미있어서 집어 들었습니다. 문학 장르 구분에서 볼 때 우화는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기타 사물을 인격화 해서 교훈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말하는데 <인생 우화>라니 뭔가 인생에 관한 풍자적인 내용일 듯합니다. 이 책은 류시화 작가가 폴란드(Poland)에 실제 있는 마을인 헤움(Chełm)에서 전해 내려오는 구전설화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어릴 때 류시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보헤미안(Bohemian)적인 삶을 동경하기도 했었는데 오랜만에 작가의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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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판단하죠? 그들은 그렇게 할 만큼 지혜롭게 살고 있나요?" 그날 이후 헤움 사람들은 바보들은 자신들이 아니라 바깥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그들을 설득하려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부분은 '우리'를 '나'로 바꿔도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사람자체를 판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이나 옷, 그림, 책 등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 모든 것을 우리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지혜란 결국 판단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수 세대에 걸쳐 지켜 온 삶의 방식이 모든 사람 각각의 내면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겸손함으로 이해보다는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는 헤움(Chełm)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요. 어떻게 전선 없이 음성이 전달된다는 거죠?"... "슐렉아, 너에게 한 가지 물어보자. 만약 전선으로 음성이 전달된다고 적혀 있다면 네가 이해할 수 있겠니? 

 

이 일화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아이를 향한 점잖은 일침이 제게도 찔림을 줍니다. 비슷한 일화로 인터넷에 떠도는 '학사, 석사, 박사의 차이'라는 짤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학사는 이제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는 단계, 석사는 공부를 더 해보니 모르는 게 조금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단계, 박사는 생각보다 모르는 게 많다는걸 깨닫는 단계라는 내용입니다. 어른이 되고 지식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아는 것이 거의 없음을 인정하고 겸손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고, 그 위치에 그대로 놓아두는 게 더 좋은 것이 있다."

 

회사를 다닐 때 국제개발협력(ODA) 관련 부서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성과와 실적을 분석하는 입장이라 우리나라가 이렇게 많은 원조를 개도국을 위해 하고 있구나, 근사한 일이구나 라는데 까지만 생각했습니다. 이후 책이나 관련 자료들을 통해 개발협력사업의 어두운 면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현재는 KOICA 해외봉사단으로 실제 현장에 파견되어 일하면서 또 새로운 면을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어떤 지역을, 특정 국가를 '돕는다'라는 것은 어쩌면 그리 간단한 개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정말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아들아,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참견하고 지적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가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함부로' 참견하는 일에 대한 경고로 들립니다. 그러나 참견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그것을 당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르는 것이라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상대보다 조금 더 나은 입장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인간은 시혜자의 입장에 서려고 합니다. 특히 KOICA 봉사단원으로 일하고 있는 제가 항상 경계해야 할 태도입니다. 


2022.9.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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