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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말의 품격ㅣ이기주 (ft.언어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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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북스 출판, 총 231쪽


[책] 말의 품격ㅣ이기주 (ft.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말글터, 2016)와 함께 이기주 작가의 책을 한 권 더 읽습니다. KOICA 콜롬비아 사무소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길래 같이 빌려왔습니다. 말에 관한 작가의 짧은 단상들을 엮은 책이라 가볍고 편하게 읽기 좋습니다. 특히 잠시 우리나라를 떠나 모국어가 아닌 스페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상황에서 우리 언어와 말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만난 시기가 꽤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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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으면 화를 면치 못한다. 근심이 많아진다.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저는 순발력이 있는편이 아니라 말이 느리고 말수도 적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 수다쟁이가 됩니다. 전화보다 메시지, 말보다 글이 편합니다. 가끔 누군가 전화를 하면 안 받고 벨소리가 끊어지면 "무슨 일이야?" 라고 메시지를 보내곤 합니다. 말을 많이 한 날은 제 말실수를 복기하느라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점점 침묵을 택하는 때가 많아집니다.



"말은 오묘하다. 말은 자석과 같다. 말 속에 어떤 기운을 담느냐에 따라 그 말에 온갖 것이 달라붙는다."

 

작가의 표현대로 말에는 의사소통이라는 기능적 측면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말에는 영적인 면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거친 말을 많이 하면 생각과 행동까지 거칠어집니다. 범죄심리학 용어인 깨어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과 맥락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성경에도 말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민수기 14장 28절입니다.  

 

"그들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나의 삶을 가리켜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 




가끔, 특히 편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불쑥 부적절한 말이 튀어나오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땐 바로 '음.. 왜 이런 말을 했지' 생각하면서 제 마음을 더듬어봅니다. 아마도 제 안에 해결되지 않은 불편한 감정들이 원인이겠지요. 꾸준히 언품을 다듬겠습니다.  

 

"말에 비법은 없다. 자신의 말이 그려낸 궤적을 틈틈이 점검하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입 밖으로 꺼낸 말과 실제 행동 사이의 거리가 이 세상 그 어떤 거리보다 아득하게 멀지는 않은지..."

 

말과 행동에 관한 이기주 작가만의 묘사가 재미있습니다. 말과 행동을 음식과 양념에 비유하고 있는데 양념이 잘 차린 요리의 맛을 잃게 할 수도, 혹은 아예 먹을 수조차 없게 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나이를 먹을수록 말을 더 조심하게 됩니다. 이유는 제가 내뱉은 그럴싸한 말, 그 말대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말이라도 못하면...' 이라는 말도 이런 상황을 빗댄 표현인데 상당수의 경우에 '차라리 말이라도 못하'는 사람이 되는 쪽을 택하는 게 지혜라는 것을 배웁니다.  


2022.9.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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