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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ㅣ에리히 프롬, La Vida Authéntica (나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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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ㅣ에리히 프롬, La Vida Authéntica (나무생각)


이 책의 독일어 원제는 <Authentisch Leben; 진짜 삶>, 풀어서 말하면 '본래성을 따르는 삶' 정도가 됩니다. 스페인어 번역본 역시 <La Vida Authéntica>로 원제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말 번역본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해답이 바로 '본래성을 따르는 삶'입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할 때 본래성(authenticity)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보게 됐고 이후 크고 작은 결정을 할 때 이 단어가 머릿속에 마치 기준처럼 떠오르곤 합니다.  

 

 

"인간은 자연의 변덕이다. 자연에 살면서 동시에 자연을 초월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자연에서 거의 뿌리가 뽑힌 존재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문제를 떠안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떤 의미를 삶에 부여할까?.. 어쨌든 우리 모두는 대답을 해야 하고, 우리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우리가 내놓는 대답에 좌우된다."

 

멋진 표현입니다. 인간은 '자연의 변덕, 자연에서 거의 뿌리가 뽑힌 존재' 즉 모든 인간은 제각각 자신만의 본래성(authenticity)을 뿌리로 삼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나의 본래성은 오직 내 안에서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무엇도 참조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꼽는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왜 무기력을 반복하고, 왜 본래성을 따라 살지 못하는지에 대한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약간의 위트를 곁들여 아주 간단하고 가볍게 툭 던져놓습니다. 이어서 무기력을 '세기의 질병'으로 명하며, 인생의 무의미함은 인간이 사물로 변한 데 원인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생산하고, 점점 더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제작한다. 물론 분명 시간은 절약된다. 하지만 시간을 절약해 놓고는 막상 그 시간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한다. 기껏해야 시간을 죽이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때문에 일어나는 영혼의 붕괴를 수용할만한 병원은 아직 충분치 않다."  

 

 

또 흥미로운 주장이 나옵니다. 열정적인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사물화하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만이 본래성을 따라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음 페이지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사례로 아이들을 들고 있습니다.   

 

"테야르가 '축소의 고통'이라 부르는 또 하나의 감정이 있다. 공포, 질병, 노화, 죽음처럼 실제로 우리의 한계를 정하는 감정이다... 피곤한 사람, 절망에 빠진 사람, 염세주의자는 자유에 도달할 수 없다. '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퇴보에 빠지지 않고 진보하려 노력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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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사람은 자신을 꾸미게 됩니다. 좀 더 그럴싸한 표현으로 '사회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겠네요. 자기감정을 적당히 숨기는 법, 타인과 갈등하지 않고 무난하게 어울리는 법, 다른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는 법 등을 학교에서 배웁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문득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왼손으로 그림 그리던 친구가 생각나네요. 어른이 된다는 건 내 것이 아닌 군더더기를 덕지덕지 붙여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진짜 자기 감정을 느끼고 자기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발성은 아이들의 말과 생각에서,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에서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이 어린아이에게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자발성이다... 사실 자발성만큼 매력적이며 설득력 있는 것은 없다."

 

 

다시 태어날 준비, 본래성(authenticity)을 다시 찾는 일은 용기와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은 특히 성경 마가복음 10장 14절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라는 말씀과 결이 비슷합니다. 순수한 본래성을 따라 사는 '진짜 삶'이 곧 천국이겠지요.   

 

"태어날 준비, 모든 안전과 착각을 포기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즉 자신의 나라와 가족을 떠나 미지의 땅으로 갈 용기다."


2022.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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