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스페인어 PPT발표, 현지적응교육 수료, Parque93 근처 서점 구경
8주간의 현지적응훈련이 끝났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종합시험을 보고, 월요일인 오늘은 스페인어로 PPT 발표를 합니다. 발표 스케줄이 10시에 잡혀있어서 조금 일찍 8시 30분쯤 KOICA 사무소에 가서 준비를 합니다. PPT 발표 평가는 KOICA 직원분들이 배석해서 점수를 매깁니다. 제 PPT 주제는 '봉사활동 계획(el Plan de actividades del voluntariado en DIVRI)'으로 분량은 약 15페이지 정도입니다. 외워서 해야하는데 다 외우진 못하고 중간중간 스크립트를 보고 읽습니다. 무사히 발표를 마치고 8주간의 현지적응훈련을 마무리합니다.
스페인어 선생님(Mary Jo)께 교육수료 축하 선물을 받았습니다. 제가 고양이 좋아하는 걸 아시고 고양이가 그려진 머그잔을 골라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현지 교육은 특별한 수료식은 없고, 소장님과 간단히 말씀을 나누고 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러 갑니다. KOICA 콜롬비아 사무소 인근 한식당인데 탕수육, 떡볶이를 같이 먹는 메뉴로 주문하고 저는 잡채밥을 시켰습니다. 플레이팅이 단정하지 못하지만 콜롬비아에서 먹는 한식은 언제나 맛있습니다. 동기가 주문한 병에 담긴 코카콜라인데 페트병이 아닌 병은 오랜만에 보네요.
KOICA 오찬까지 마치고 오후 2시부터는 자유시간입니다. 보고타(Bogotá)에 온 이후 거의 처음으로 동기와 커피한잔하러 시내(?)에 나갑니다. 8주 내내 스페인어 수업, 과제, 평가, KOICA 행사, DIVRI 행사, 버디 프로그램 등으로 개인 시간 보낼 여유가 없었습니다. 각국 대사관이 모여있는 번화가인 Paruqe93 쪽으로 갑니다. 식당과 카페가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콜롬비아에 두 번째 파견 온 동기는 고향에 온 기분이라며 좋아합니다. 같이 기쁜 내색을 했지만 사실 저는 전혀 감흥이 없습니다. 제게 영감을 주는 도시는 역시 런던(Londres)뿐인가 봅니다. 흠흠.
스타벅스(Starbucks)에 커피마시러 갑니다. 귀여운 쿠키가 데려가라며 웃고 있네요. 음료 주문을 받은 바리스타가 이름 아래 짧은 글귀를 써줬는데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이름 철자도 틀렸네요. 약간 덥고 목이 말라서 아이스음료를 시켰는데 마시다 보니 춥습니다. 역시 보고타에서는 따뜻한 음료가 답입니다. 콜롬비아 스타벅스 음료 가격은 저렴한 편입니다. 톨 사이즈 아이스음료 한잔에 12,000pesos(3천6백원), 따뜻한 커피는 5,000pesos(1천5백원) 정도입니다.
Parque93(93파크) 인근에 대형 서점(Libreria Lerner)이 하나 있습니다. 스페인어 성경책을 한 권 사려고 서점에 들릅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종이책이 주는 정서적인 위로가 있습니다. 2층에 성경책이 몇 권 있는데 비닐 커버가 씌워져 있어 속지를 볼 수 없고 제 수준에 맞는 어린이 성경책도 없습니다. 아쉽지만 스페인어 성경은 포기하고 어린이 도서 코너로 갑니다. 읽을만한 동화책을 찾고 있는데 익숙한 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백희나 작가님의 <알사탕>과 <이상한 엄마> 스페인어 역본입니다. 작가님 책을 좋아하는데 너무 반갑고 괜히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많이 읽히길 바랍니다.
숙소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먹을 것을 삽니다. 마트 입구에 과일을 진열해뒀는데 우리나라 명절 선물세트처럼 보이네요. 여긴 숙소 바로 옆이라 자주 이용했는데 며칠후면 이 동네를 떠나야 하니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낯선 중남미, 위험하다고 이름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무사히 두 달을 보냈습니다. 이제 KOICA 콜롬비아 사무소가 있는 우사껜(Usaquén)을 떠나 근무할 기관(DIVRI) 근처로 갑니다. 긴장되고 설레고 기대됩니다.
2022.9.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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