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본질에 대하여ㅣ그레구아르 들라쿠르 (tmi.소설O,인문X)

728x90
반응형


[책] 본질에 대하여ㅣ그레구아르 들라쿠르 (tmi.소설O,인문X)


얇고 깔끔한 디자인의 책을 서가에서 발견했습니다. '본질에 대하여', 제목만 보고 인문 분야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소설입니다. 작가는 그레구아르 들라쿠르(Gregoire Delacourt, 1960), 이름도 낯섭니다. 다시 꽂아놓으려다가 책날개에 적힌 작가의 이력에 마음이 끌려 책을 빌려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게 한 책날개의 한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카피라이터 출신 작가"  

 

카피라이터 출신 작가 중 첫 책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분들의 책을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해서, 다양한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개보다 '카피라이터'라는 한 단어가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반응형


"본질은 육체에 있을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것일까? 이 두 가지 중에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이 화두를 던지기 위해 작가는 책을 썼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저로서는 '무언가 다른 것'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옵니다. 작가는 광고주,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자본주의에 더없이 물든 세상을 많이 봐왔을 겁니다. 그 배경을 알고 책을 보면 조금 더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듯합니다. 




역시 카피라이터의 책 답습니다. 짧고 인상적인 '한 문장'이 책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있습니다. 

 

"때로는 침묵도 말만큼 폭력적이다."

"삶이란 늘 이런 식의 외모의 대향연이다."

"사람을 세련되게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경험이다."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부분은 '육체'가 아닌 '무언가 다른 것'에 본질이 있지 않을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새로운 만남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한 두번 될까 싶을 만큼 드문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내일이 기대되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지치지 않습니다. 제게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좁은 의미에서는 서로의 본질이 닮았고, 넓게는 같은 본질 안에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졸리지 않을 뿐더러 절대 피곤하지도 않고 끊임없이 상대에게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며 좋아하는 노래와 재미있게 읽은 책을 모두 나누고 싶어 진다." 



저는 책을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는 편이 아니라 맨 앞부분을 읽고, 목차에서 눈에 띠는 부분을 읽고, 그다음 책 전체를 읽곤 합니다. 목차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6장 우리는 타인의 부족한 한 조각이다' 입니다. 부족한 한 조각... 맞는 말입니다.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이 불편하면서도 왠지 끌리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그는 우리가 결코 우리가 가진 무언가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타인의 부족한 한 조각인 것이다." 




삶의 본질, 인간의 본질, 사랑의 본질, 무거운 질문을 담은 책입니다. 그리고 정답은 어렵습니다. 눈을 굴리며 깜빡이고, 고개를 가볍게 여러번 끄덕이게 합니다. 그 질문에서 파생되는 여러 질문들만 다시 머릿속에서 재생산됩니다. 연애 소설의 모습을 한 인문학 책입니다. 작가의 다른 책 '행복만을 보았다(ON NE VOYAIT QUE LE BONHEUR)', '개인주의 가족(L'écrivain de la famille)'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2022.8.

글약방her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