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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ㅣ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aka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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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ㅣ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aka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이 책은 모지스 할머니로 잘 알려진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 1860-1961)의 에세이입니다. 모지스의 그림이 책 곳곳에 삽화로 들어있어 글을 읽는 내내 글과 그림이라는 두 매체의 따뜻한 울림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를 알기 전 모드 루이스(Maud Lewis, 1903-1970)를 먼저 알았습니다. 영화 '내 사랑(My Love, 2016)을 통해 모드 루이스의 귀여운 그림을 만났고, 연속선상에 있는 모지스의 그림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들처럼 교육 받지 않은 자유로운 화풍을 나이브 아트(naive art)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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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그림과 글은 특히 작가의 성품, 의식과 무의식을 그대로 반영해줍니다. 모드 루이스의 그림이나 애나 모지스의 그림은 첫 인상부터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한 이미지입니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애나 모지스의 글도 역시 귀엽고 다정합니다. 다정한 성품의 바탕은 단단한 자존감이겠지요.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조언을 하건 애나 모지스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립니다.



글이 참 좋습니다. 저보다 먼저 살다간 생의 선배가 해주는 말씀을 듣고 있자니 큰 위로가 됩니다. 조언하는 위치가 아닌 우리의 눈 높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애나 모지스의 겸손한 성품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19세기 후반에 태어나 20세기 중반에 돌아가신 애나 모지스의 말입니다. 지금은 삶의 속도가 그때보다 더 빨라졌고, 사람들은 쉬는 법을 알지 못해 쉼을 또 하나의 과업으로 여길 정도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을 반드시 효율적으로 쓰고 아껴야만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애나 모지스에 대한 서문입니다. 작가가 얼마나 주도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매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닭을 키우고, 자수를 하고, 류머티즘으로 이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자 그림을 그립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지면 또 거기에 맞는 '어떤 일'을 언제나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를 잘 하는 사람은 모든 것에 유능하다는 말이 정말 그르지 않습니다. 애나 모지스는 그림 뿐 아니라 모든 삶에 유능한 몸과 영혼을 가진 사람입니다.



애나 모지스의 단단한 성품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화단이나 평단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작품 활동에만 전념했습니다. 젊을 때 성공하는 것보다 나이들어서 성공하는 것이 더 큰 축복인 것은 내면의 단단함 덕분이기도 할 것입니다. 성공에는 늘 시샘이 따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애나 모지스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곳에 나옵니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전경은 물론 배경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냈습니다.. (중략) 물감을 섞어 쓰지 않고 마치 여러 색의 털실을 나란히 수놓는 것처럼 여러 물감을 나란히 칠합니다."

 

작가에겐 전경이든 원경이든 내 눈에,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디테일하게 그릴 자유가 있습니다. 색을 섞어 꼭 원하는 색을 뽑아낼 수도 있지만 자연의 색도 자세히 보면 여러 색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결고 '꼭 그 색'이 있는건 아니죠. 애나 모지스의 그림이 지금까지 조목받는 이유가 어쩌면 시대를 앞선 자신만의 개념미술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2.7.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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