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레슨 인 케미스트리 Lessons In Chemistryㅣ보니 가머스(Bonnie Garmus)
(ft.다산북스 서평단)
가끔 책을 손에 들자마자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선 채로 읽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아, 이런 책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근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 책이 바로 이 책 <레슨 인 케미스트리(Lessons In Chemistry)> 입니다.
물론 샘플북이라 150페이지 밖에 되지 않지만 대체 작가가 누구일까 궁금해서 책날개를 열어봅니다. 보니 가머스(Bonnie Garmus), '22년 올해로 65세인 작가는 심지어 이 책이 데뷔작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작가를 '후발주자'라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작가가 65년의 삶을 녹여낸 경륜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다산북스(aka다산책방)'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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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이 전부터 궁금하던 차에 정신없이 응모하느라 원서가 아닌 '샘플북'을 준다는 것은 문자메시지를 받고서야 확인했습니다. 샘플북에 실망했다기보다는 뭔가 더 이 책이 궁금해졌습니다. 소설의 특성상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서라도 샘플북으로 서평단을 모집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튼 다산북스에서 보내준 샘플북은 책 표지와 동일한 디자인을 한 클리어 파일과 함께 배송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고를 때 믿고 보는 출판사가 몇 개 있습니다. 다산북스(다산책방)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번역서를 읽다 보면 원서 제목이 궁금할 때가 많은데 원서 제목과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원색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책 표지부터 마음에 듭니다.
작가 보니 가머스(Bonnie Garmus)는 미국과 영국에서 카피라이터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오래 일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책의 곳곳에서 인간 심리나 사회 상황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구절을 몇 개 뽑아봅니다.
"켈빈, 내가 배운 게 하나 있어.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복잡한 문제를 풀 때 언제나 간단한 해결책을 간절히 바란다는 점이야.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고, 변할 수 없는 걸 믿는 편이 훨씬 쉽거든. 실제로 보이고 만져지고 설명할 수 있는 걸 믿기는 오히려 어려워. 말하자면 실제하는 자기 자신을 믿기가 어렵다는 말이지."
'우주의 모든 법칙과 눈앞에 드러난 증거가 네 삶이 불행할 거라고 외치는데도 불구하고 내일은 나아질 거라고 마음먹다니. 정말이지 보통 용기 있는 아이가 아니었구나.'
"사람들은 대부분 아주 못됐어. 그런 생각이 들면 네 생각이 맞아."
"나는 결혼 안 할 거야. 난 과학자가 될 거야. 성공한 여자 과학자는 결혼 같은 거 안 해."
"나는 네 이름에 내 과학 업적이 묻히는 상황을 감수할 수 없어."
"왜 과학자가 되고 싶냐니요? 난 이미 과학자란 말입니다!"
'학교에 가면 다른 애들이랑 똑같은 척, 그러니까 글을 전혀 못 읽는 척했다. 매들린에게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눈에 띄지 않게 묻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다... 다른 사람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자기 엄마가 어떻게 되었나 보란 말이다.'
'꾸준히 슬픔을 먹으며 자라난 사람은 다른 이가 자신보다 더 큰 슬픔을 먹고살았다는 걸 이해하기 힘든 법이다.'
개인적으로 어떠한 책을 특정한 카테고리로 씌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아주 담백하고 솔직하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밝힙니다. '모든 차별에 반대' 한다는. 그리고 제가 바라본 이 책의 정체성은 모두가 각자의 삶에 분투하고 살아가고 있으니 '서로 사랑하는 것만이 진리', 이것입니다. 책의 원문을 다 읽은 후에는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샘플북에서 제가 본 것은 사랑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1952년, 미국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이야기는 70년이 지난 지금 2022년에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작가는 올해 65세라고 합니다. 어쩌면 자신이 먼저 살아온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사회 상황을 '후배 사람들(남녀불문)'은 겪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이 이 책을 세상에 내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굉장한 책, 다산북스의 표현으로는 '인생의 책'을 만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6.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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