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존재와 상징ㅣ칼 구스타프 융 외 다수 (ft.꿈과 무의식)
이번에 소개할 책은 칼 구스타프 융(Carl G. Jung, 1875-1961)의 저서 <존재와 상징; Man and His Symbol>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꿈이나 무의식, 영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생각보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다는 것에 실망하고, 한편으론 의문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무의식을 강조하는 정신과 의사 칼 융의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어렵지만 주기적으로 칼 융을 찾아 읽게 되는 이유도 해결되지 않은 호기심 때문입니다.
이 책 <존재와 상징; Man and His Symbol>은 전체 5개의 장으로 이루어집니다. 1장은 칼 융의 연구, 2장은 조지프 헨더슨(Joseph L. Henderson, 1878-1942), 3장은 폰 프란츠(Marie-Louise von Franz, 1915-1998), 4장은 아닐라 야페(Aniela Jaffe, 1903-1991), 5장은 욜란데 야코비(Jolande Jacobi, 1890-1973), 결론은 폰 프란츠가 썼습니다. 공저자 네 명은 모두 '융 학파'의 일원입니다. 폭넓고 흥미로운 융의 사상은 사실 매우 난해합니다. 이 책은 현대 정신의학과 심리학에 큰 영향을 끼친 융이 스스로 지은 유일한 해설서인 만큼 읽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칼 구스타프 융(Carl G. Jung)
"의식은 무의식의 것, 혹은 미지의 것에 대해 늘 저항한다... 천학, 과학, 문학세계에 있어서조차 선구자들은 그 시대인들의 본능적 보수주의의 희생물이 되곤 하였던 것이다. 심리학은 과학 중에서도 가장 힘든 학문이다. 그것은 무의식의 운동 양태를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극단적인 보수주의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칼 융의 견해를 읽다보면 '우뇌'와 '좌뇌'의 관계가 연상됩니다. 의식(좌뇌)은 무의식의 것(우뇌)에 늘 저항한다. 알지 못하는 것에 저항하는 보수주의는 어쩌면 경험과 선례를 통한 '합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좌뇌의 영역과 닮았습니다.
칼 구스타프 융(Carl G. Jung)
첫째, 꿈은 하나의 사실로서 취급되어야 하며, 꿈이란 여하튼 간에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전제도 있어서는 안 된다. 둘째, 꿈은 무의식의 고유한 표현 중 하나이다... 꿈의 일반적 기능은 미묘한 방법으로 마음 전체의 평형성을 바로 잡을 만한 꿈의 재료를 산출함으로써, 심리적인 평형을 회복시키려는 시도... 정신상태가 전혀 평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한 꿈의 해석은 매우 위험하다."
칼 구스타프 융(Carl G. Jung)
"이들 주제가 그 꿈 자체의 문맥 속에서 고찰되어야만 하며, 어떤 자명한 암호로 생각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해야만 하겠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꿈의 상징을 해석하려 할 때 자신의 이해의 갭을 투영하려는 경향 때문에 늘 장해를 받는다. 그 개개의 꿈의 흐름으로부터 이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칼 융은 꿈의 해석에 있어 꿈은 하나의 '사실'이며, '여하튼 간에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외에 어떤 전제나 해석을 붙이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 사람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꿈 자체의 문맥 속에서만 고찰할 것을 주장합니다. 꿈을 해석하는 자(심리상담사 혹은 정신분석학자)의 정신적 성숙, 그러니까 깨끗한 거울이 되어야 할 필요성도 재차 강조합니다.
폰 프란츠(Marie-Louise von Franz)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엄밀하게는 보고 싶지 않은 자기 자신의 인격의 측면에 대하여 꿈을 통하여 알게 된다. 이것이 융이 말하는 '그림자의 깨달음'인 것이다... 친구가 당신의 결점을 책하였을 때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다면 거기에서 당신이 의식하고 있지 않는 자신의 그림자의 일부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우선 명백한 일이다."
폰 프란츠(Marie-Louise von Franz)
"원형적인 상징의 배치가 개인에게 있어서 전체성의 양상에 따르며, 그 상징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치료의 효과를 발휘한다... 미시물리학과 심리학에 있어 상응하는 발전의 마지막 예로 융의 '의미'에 대한 개념을 들 수 있겠다. 예전에 사람들이 현상의 인과적(합리적) 설명을 찾아 구하고 있던 곳에서, 융은 의미(혹은 목적)를 찾는 관념을 도입했던 것이다."
폰 프란츠가 이 책의 결론 마지막 부분에서 종합하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독자들이 무의식에 대해 더 탐구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일었다면 이 책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이라고. 또한 그 탐구는 '언제나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에 의해서 시작'된다고 부연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은 답을 내어놓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집니다. 연구논문과 비슷한 형식의 결론 처리 방식이 독자에게 가벼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다음 연구는 우리의 몫일 테지요.
2022.6.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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