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여행 에든버러(Edinburgh) ④
ㅣ홀리루드 Holyrood 궁전, 스코틀랜드 의회, 홀리루드 공원, Edinburgh
9인실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마침(?) 숙소 아래층이 클럽이라 새벽까지 음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밤새 잠을 설쳐 살짝 피곤했지만 다들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9시쯤 숙소를 나왔다. 오늘은 에든버러 남동쪽에 있는 홀리루드 공원을 산책하려고 한다. 야트막한 산? 언덕? 정도 되는 곳인데 한바퀴 돌면 2~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런던에 산이 없으니 가끔 등산을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오늘은 등산겸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느껴보기로 한다. 에든버러 시내에서 홀리루드 공원 입구까지는 걸어서 40분이 걸린다.
에든버러의 하이스트릿인 프린스 스트리트(Prince St.)를 따라 노스브릿지까지 걷는다. 비가 올 듯 먹구름이 잔뜩 몰려온다. 작은 우산은 가방에 챙겨다니는데 부디 산길을 걷는 동안은 비가 오지 않길 바라본다. 흐린 날씨는 이곳 에든버러의 건축과 꽤 잘 어울린다. 어딘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마치 장면전환이 되면서 19세기로 시간여행이 시작될 것만 같다.
어제 저녁에 잠시 들렀던 로얄 마일(The Royal Mile)을 따라 홀리루드 공원 쪽으로 간다. 로얄 마일도 에든버러 캐슬 쪽은 도로 폭이 굉장히 넓은데 홀리루드 궁전 쪽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로얄 마일은 차 없는 도로이고, 교차하는 도로에 차가 다니는데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차량 통행량도 많다. 에든버러 대학교 홀리루드 캠퍼스(University of Edinburgh, Holyrood Campus)가 근처에 있다. 기숙사인 듯 보이는 건물은 디자인이 세련됐다.
홀리루드 궁전 바로 맞은편으로는 스코틀랜드 의회 건물(Scottish Parliament Building)이 자리하고 있다. 건축 자체가 여느 유적지 못지 않게 좋은 볼거리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비공식적으로 홀리루드(Holyrood)라고 불린다. 예약 없이 누구나 건물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데 간단한 보안검색 절차를 통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건축설계를 누가 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Enric Miralles(1955-2000)라는 스페인 건축가의 작품인데, 안타깝게도 이 건물이 완공되기 전 4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한다. 조각조각난 형태의 이런 건축을 포스트모던, 해체주의 건축양식으로 분류한다.
홀리루드 궁전(Holyrood palace) 입구에는 퀸즈 갤러리(The Queen's Gallery)가 있는데 이곳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궁전 안뜰에는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파는 카페가 있다. 따뜻한 커피 한잔씩 마시고, 잠시 내부를 둘러본다. 한국어 오디오는 없고, 궁전 내부 사진촬영도 불가능하다. 16세기 스튜어트(Stewart) 왕가가 궁전으로 사용한 곳이다.
스코틀랜드 의회 앞에 반듯반듯 자로 잰 듯한 분수대를 지나 시선을 옮기면 테이블 모양으로 깎인 솔즈베리 크렉스(Salisbury Crags)가 보인다. 공원 입구에 길 안내도가 세워져있다. 홀리루드 파크(Holyrood park)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대여섯개 있고, 산책로가 여러갈래로 나있다. 우리는 오른쪽 길로 올라가서 아써스 씨트(Arthur's Seat),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왼쪽 길로 돌아 내려올 계획이다. 구글맵을 돌려보니 2시간정도 소요된다고 나오는데, 오르막을 고려하면 우리는 3시간 정도 예상한다.
오르기 시작하는데 경사가 거의 45도 정도 된다. 멀리서 볼 땐 경사가 완만해 보였는데 가파른 산길이 한참 이어진다. 추워서 옷을 두껍게 껴 입었는데 올라가면서 겉옷을 벗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간다. 뒤에오던 사람들 먼저 가게 하고, 우리는 30분만에 겨우 산 중턱에 도착한다. 산 아래로 특이한 형태를 한 스코틀랜드 의회 건물이 보인다. 힘들다.
스코틀랜드 여행 스케치, 에든버러 5화로 이어짐.
2022.6.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