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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ㅣ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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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ㅣ프란츠 카프카 FranzKafka


프란츠 카프카의 유고집으로 여겨지는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카프카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저로서는 이 책 역시 보는 내내 가슴 깊이 카프카의 근원적인 불만과 불안, 두려움과 소심함, 진지함과 솔직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프카를 읽으면 글의 전반적인 어두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늘 은은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순수한 카프카의 영혼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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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유대인으로 태어났으나 전통 유대인이 아닌 유럽화한 서방 유대인으로 기독교 세계에도 속할 수 없었습니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체코인으로 보헤미아계 독일인도 아니었습니다. 보헤미아 출신이지만 오스트리아에 속하지도 않았습니다. 법학 박사로 노동자재해보험국 관리(공무원)였으니 서민층은 아니었으며 공장주의 가문에 태어나 노동자도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작가로 자처했으나 공무원이었으며, 완전한 작가도 아니었습니다.

 

카프카는 많은 세계에 조금씩 속하면서 그 어느것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태생적인 '이방인'이었습니다. 어쩌면 카프카는 스스로 '이방인'의 자리에 서고자 한 게 아닌가 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근원적인 불안과 불만에 대한 좋은 핑계가 되어주었을 테니까요.


(p.20, p.22, p.54)

 

저는 소심한 어린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어딘지 어린아이다운 고집스러운 점도 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정답게 말을 걸어 주고 살짝 손을 잡아 주고 부드러운 눈길로 쳐다보아 주기만 했어도 다른 사람의 말이라곤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아이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버님께서는 본래 친절하고 정다우신 분입니다.


장남으로 자란 카프카에게 엄격하기만 했던 아버지는 어린 카프카, 그리고 다 자란 카프카에게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소심한 카프카에게 성공한 사업가인 아버지의 장남이라는 자리는 버거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100-101)

 

예를 들면 직업의 선택입니다... 확실히 이때에도 아버님 자신의 기준이 되고 있던 유대인의 중류 계층에서의 보통 남자아이에 대한 취급 방법, 혹은 적어도 그 계층에서의 기본적 가치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결국 이 경우에도 저라는 인물에 대한 아버님의 오해가 동시에 작용했습니다.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카프카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법학 박사까지 취득하고 정부기관의 관리(공무원)로 죽기 얼마 전까지 일했습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혹은 상황을 바꾸고자 애쓰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카프카는 아버지와 마음을 나누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p.108-109, p.126, p.135)

 

저에게 결혼이 가지는 의의와 가능성에 대해서 저는 아무런 선견지명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생애에 있어서 최대의 공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로 갑자기 닥쳐온 것입니다. 저라는 어린아이는 참으로 더디게 성장해 왔습니다... 정신적으로 결혼 무능력자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결혼을 결심한 그 순간부터 이미 잠을 이룰 수 없었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밤이나 낮이나 할 것 없이 머리가 뜨거웠습니다. 그것은 이미 삶이 아닙니다. 


결혼에 대해 카프카는 꽤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실제 카프카는 세 차례 약혼을 하고 파혼했습니다. 결국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에게 '평범한' 아들이 되기 위해 카프카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차례 파혼을 통해 부모님을 실망시켰다는 자책도 있었겠지요. 자신을 해명하기 위해 열심인 카프카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p.140)

 

인생은 '인내심 겨루기' 이상으로 참을성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항의에 의해서 그것을 교정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일일이 관철할 수는 없으며 또 그렇게 할 생각도 없습니다... 우리 두 사람의 기분도 다소 안정되어서 삶과 죽음을 좀 더 마음 편하게 맞이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가 41세의 일기로 하늘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남긴 사진입니다. 편지의 수신자인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 어머니인 율리에 게브 뢰비의 사진도 책에 같이 수록되어있습니다. 예민하고 섬세한 성정의 카프카와 그와 반대되는 성향의 아버지가 사진으로도 대비됩니다. 


2022.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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