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여행 10편: 마드리드(Madrid) 여행 6화
ㅣ데모 현장, 시벨레스 광장, 하신토 베나벤테, 마드리드 개선문, 맛집
공원에 산책나온 강아지가 너무 귀엽다. 그런데 아까 숙소 주방에서 본 강아지랑 닮았는데 그 녀석은 아니겠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개를 산책 중인 주인에게 강아지가 멋지다며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니 목줄을 잠시 풀어준다. 꼬리는 돼지꼬리 마냥 말려있고 얼굴부터 등까지 주름이 한껏 잡혀있다. 샤페이 믹스종인지 억울한 표정이 매력적이다.
이제 해가 지려나보다. 건물이 오렌지색으로 물든다. 192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페인 극작가 하신토 베나벤테(Jacinto Benavente)의 동상이 공원 서쪽 펠리페 4세 문(Felipe IV Gate)을 바라보는 자리에 세워져 있다. 공원 북서쪽 모퉁이에는 5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석조 개선문, 푸에르타 데 알칼라(Puerta de Alcala)가 있다. 개선문 방향으로 공원을 빠져나와 다시 시내 방향으로 걷는다.
스페인에 온 첫날 왔던 시벨레스 광장(Fuente de Cibeles)을 다시 지나간다. 광장 중앙에 있는 분수대의 조각이 독특하다. 키벨레 여신(Cybele)이 두 마리의 사자가 끄는 전차를 탄 모습을 형상화한 18세기 신고전주의 양식 분수대라고 한다. 건너편에서 웅장한 규모의 시벨레스 궁(현. 시청, Ayuntamiento de Madrid)을 바라보니 겨우 한눈에 들어온다. 멋있다.
이틀 연속 스페인 음식을 먹었더니 오늘은 담백한(?) 맥도날드 버거가 먹고 싶다. 10대로 보이는 아이들에게 맥도널드 위치를 물어보니 역시 영어로 잘 설명해준다. 가는 길에 시위대를 만났다. 난 여행 중에 시위대를 잘 만나는 듯하다. 아니면 유럽은 원래 시위가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뒤따라가는 경찰에게 위험한 시위냐고 물어보니 전혀 위험하지 않다며 편하게 가도 된단다. 도로에 차도 안 다닌다. 차량 통행도 막고 하는 대규모 시위다. 시위대가 지나가면 그 뒤를 경찰과 구급대가 따라가고, 맨 끝에 환경미화원이 따르면서 도로를 정리한다. 시위대 관리도 무척 체계적이다.
바로 찾았다, 맥도날드! 마드리드 시내에서 본 첫 맥도널드다. 매장 2층은 한산해서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스페인의 짠 음식에 시달리다가 짜지 않은 버거를 먹으니 어쩜,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잘 먹지도 않는 버거가 해외에선 그나마 한식 다음으로 안전하게 먹을만한 음식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간다. 내일은 아침 일찍 바르셀로나(Barcelona)행 비행기를 타야 하니 오늘이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폴(Paul)을 찾는다. 아침에 컨디션이 안좋아서 쉰다고 했는데 식사는 했는지 궁금하다. 마침 로비에 팀(Tim)과 같이 있다. 나더러 밥 먹었냐기에 방금 맥도널드 갔다 왔다 하니 둘은 저녁을 못 먹어서 숙소 저녁 메뉴인 빠에야를 먹을까 고민 중이라며, 나더러 맛집 아는 데 있음 데려가 달라고 한다. 어제 호스텔 직원이 추천해준 데가 있어서 길을 알려주려니까 같이 가자고 한다. 폴의 컨디션도 궁금하고 해서 같이 나와 어제 좀 비싸서 안 갔던 펍(Fatigas del Querer)으로 간다.
적색 고기는 안 먹는 폴은 연어훈제, 팀은 새우구이, 난 무알콜 샹그릴라 한잔을 주문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 폴은 숙소에서 쉬려고 했는데 폴에게 꾀여서 세고비아에 갔었단다. 비도 오고 좀 추웠는데, 팀은 다리가 길어서 혼자 성큼성큼 걸어 다니고, 밥도 '청소기처럼' 빨리 먹어버려서 재미없었다며 입을 삐죽 대며 하소연을 한다. 21살 남자와 78살 남자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들의 문화가 참 좋아 보인다. 폴은 대화할 때의 태도, 말투와 매너가 참 좋다. 경제활동을 하던 시기에 폴은 뭔가 대단한 일을 하던 사람이었을 것 같다. 팀도 그렇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두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숙소에 와서 셋이 또 12시까지 게임하고, 이야기하고 놀다가 방으로 간다.
미국인 폴, 호주인 팀의 말에 의하면 내가 구사하는 영어가 매우 직설적이고 용감하단다. 심지어 틀려도 굴하지 않고 말하고, 못 알아들으면 바로바로 물어봐서 좋단다. 영국에서 틴에이저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며 영어를 배워서 그런듯하다. 팀은 멜버른 출신인데 호주 악센트 중에서도 특히 강한 편이라 내가 말할 때마다 발음을 트집 잡았더니 자기 발음 지적하는 유일한 동양인이란다. 폴은 내 발음과 수준 있는 표현력을 칭찬해준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두 사람의 평가를 종합하면 내 영어는 뒤죽박죽. 뉴스랑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발음과 수준 있는 표현을 배우고, 틴에어저 드라마를 보면서 말투를 배웠더니, 불량스러운 고등학생처럼 말하는 아나운서가 됐나 보다. 앞으론 어투가 단정한 고전 드라마를 봐야겠다.
2022.3.
글약방her 다녀와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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