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여행 7편: 마드리드(Madrid) 여행 3화
ㅣ외국인 친구, 사랑과 우정
마드리드 아토차 역(Atocha S.)에 도착하니 6시, 톨레도에서 기차로 40분 정도 걸렸다. 숙소 있는 곳에 오니 급 피로가 몰려온다. 하루 종일 강풍을 맞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저녁 먹고 일찍 쉬려고 곧장 숙소로 간다. 리셉션에 오늘 저녁식사 몇 시에 하냐고 물어보니 9시라고 한다. 스페인은 시에스타(Siesta)로 대부분 오후 3시~8시 사이에는 가게도 문을 닫고 일을 하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 먹고 와야겠다 하고 돌아서는데 어제 낮에 로비에서 잠깐 만났던 쳔(Chen)이라는 중국인이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한다. 오늘 쳔이랑 오후부터 같이 다녔다는 시호(Siho)라는 일본인, 그리고 폴(Paul)이라는 미국인 이렇게 넷이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쳔이 알아놓은 맛집은 역시 시에스타로 문을 닫았다. 저녁 8시에 다시 오픈한다고 해서 근처 다른 식당으로 장소를 옮겼다. 식사를 하며 각자 이곳에 온 이야기를 나눈다. 중국인 쳔(Chen)은 25살, 상하이 출신인데 지금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교육학과 심리학 석사과정 중이다. 일본인 시호(Siho)는 나랑 동갑, 도쿄 출신 일러스트 작가로 지금은 8개월 일정으로 세계여행 중이다. 미국인 폴(Paul)은 78세, 알래스카 출신이고 2년째 세계여행 중이다. 시호랑 폴은 포르투갈 숙소에서 만나서 마침 일정이 같아 이곳 마드리드까지 함께 왔단다.
다들 성격도 좋고 재미있다.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시호는 내일 마드리드를 떠나 톨레도로 갔다가 다음 여행지로 옮겨갈거란다. 폴은 앞으로 남은 생을 이렇게 여행하며 마무리하고 싶다고 한다. 저녁 식사 값이 꽤 많이 나왔는데 쳔(Chen)이 계산을 했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면 각자 돌아가면서 한턱씩 내기로 한다.
숙소에 와서 씻고 자야지 하는데 폴이 방문을 두드린다. 카드놀이 하자고 다시 내려오란다. 잠은 내일 자자하고 다시 로비로 내려가니 그새 멤버가 늘었다. 폴과 같은 방을 쓰는 호주에서 온 팀(Tim)까지 다섯 명이 카드놀이를 한다. 거기 영국인 조(Joe)와 남동생, 그리고 시리아에서 온 이름이 어려운 남자까지 합류해서 8명이 밤 12시까지 놀았다. 나는 숨어있던 승부사 기질을 발견했고, 그런 내게 팀은 본업이 뭐냐고 묻기까지 한다. 폴과 인생에 대해 조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새벽 1시쯤 씻고 침대에 누웠다. 마드리드에는 볼 것이 없지만, 만날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감사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
오늘은 시호(Siho)가 떠나는 날이다. 8시에 아침 먹으러 내려와서 츄러스 6개를 챙겨놓고 귤 까먹고 있는데 팀(Tim)도 일찍 나왔다. 츄러스 10개를 접시에 담아온다. 폴(Paul)은 포르투갈에서부터 같이 온 시호와 헤어지는 게 아쉬운지 시호에게 줄 초콜릿을 갖고 나와 포장을 한다. 굿바이 인사를 남긴 쪽지와 함께. 마침 시호도 아침 먹으러 나온다. 넷이 앉아서 아침 먹고 폴은 시호에게 준비한 선물을 준다. 뭔가 로맨틱하다. 비슷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따뜻함이 있다. 보기 좋은 두 사람이다.
쳔(Chen)은 새벽 1시까지 놀고 아침 비행기로 독일 함부르크로 돌아갔다. 팀이 오늘 당일여행지로 세고비아를 정했다고 하길래 내가 오늘 세고비아에 비 온다고 했더니 자기는 날씨 안 보고 그냥 다니는데 나 때문에 고민에 휩싸였단다. 미안합니다. 앞으로 나도 날씨 체크 안 하고 다녀야겠다. 시호는 오후 1시 기차로 톨레도에 간다. 오전에는 나랑 마드리드를 구경하고 같이 점심먹기로 하고 나간다. 폴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숙소에서 쉬겠다고 한다. 이따 들어올 때 폴에게 줄 음식이라도 사와야겠다.
시호랑 숙소를 나와 마드리드 시내를 산책삼아 걷는다. 시호는 딸 셋인 집에 첫째 딸이다. 일러스트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집에서 대부분 작업을 하는데 같이 사는 할머니가 늘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해서 지난달 집을 나와 8개월 동안 세계일주를 하고 있단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여성은 결혼을 기피하는 분위기란다. 나이도 동갑이고 비슷한 문화권에 살다보니 그냥 한국인 친구랑 이야기나누는 듯 편하다.
마요르 광장(Plaza Mayor)을 지나 산 미구엘 시장(Mercado de San Miguel)까지 왔다. 먹거리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을겸 내부로 들어갔는데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꽤 많다. 두세곳의 푸드마켓에서 음식을 사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빠에야랑 스시 같이 생긴 음식, 그리고 먹기에 조금 불편하게 생긴 특이한 음식을 시켜서 모험 삼아 먹어본다. 맛있는데 모든 음식이 역시 내겐 좀 짜다. 점심을 먹고 시호는 다음 일정을 위해 숙소에 짐을 챙기러 간다. 시호가 계획한 80일간의 세계여행에 축복을 빌어주고 헤어졌다. 언젠가 지구 어느 곳에서든 다시 만나길 기약한다.
스페인여행 8편: 마드리드(Madrid) 여행 4화로 이어짐.
2022.3.
글약방her 다녀와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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