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포르투갈 1편: 리스본(Lisbon) 여행 1화
오늘은 금요일이다. 수업 마치고 바로 공항으로 가야해서 아침에 학교 갈때 짐을 싸서 백팩 메고 소형 캐리어 끌고 학교로 간다. 애들이 내 캐리어를 보더니 웃으며 "너 또 어디가냐"고 묻는다. 혼자 수시로 여행을 다니니 애들이 웃을만도 하다. 친한 언니가 나더러 말도 느리고 행동도 엄청 느린데 조용히 빠르고 정확하단다. 내가 그렇게 보이는구나.. 틀린 말은 아니다. 느리지만 말없이, 쉼 없이 움직이는 편인 듯하다.
수업 마치고 작은 캐리어를 끌고 교실을 나서는데 튜터 나이젤(Nigel)이 "너 또 어디가냐"고 묻는다. 포르투갈 여행 간다니까 자기 거기 몇년 살았었다며 정말 아름다운 나라라고 즐거운 여행 되라고 한다. 잘 다녀올게요!
빅토리아 코치역(Victoria Coach Station)에서 스탠스테드(London Stansted Airport)로 가는 공항버스가 오후 2시 15분 출발인데, 1시 10분쯤 도착했다. 버스 탑승장을 확인하는데 평소 타던 곳이 아닌 빅토리아 코치역 건너편 사설 버스정류장이다. 공항버스는 늘 왕복 £1~£2짜리 저렴한 버스를 타다가 오늘은 출발시각이 안 맞아 왕복 £15를 주고 테라비전(Terravision) 버스를 예약했다.
30분쯤 시간이 남아 건너편 프레따망제(Pret A Manger)에서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었다. 가게에서 나가려는데 비가 내린다. 가방에 작은 우산이 있긴한데 우산 쓸 정도는 아니라서 겉옷에 달린 모자를 쓰고 빠른 걸음으로 버스정류장까지 간다. 버스 타자마자 잠들어서 눈뜨니 공항이다. 시각은 오후 4시. 내가 탈 비행기는 오후 5시 45분 출발이니 1시간 30분쯤 여유가 있다.
지난번 이탈리아 갈때 비자 체크 안 해서 비행기 못탈뻔했는데, 그래서 이번엔 도착하자마자 체크인 데스크로 간다. 스탠스테드 공항은 국제선, 국내선 청사가 같이 되어있고 대부분 스탠스테드 공항 이용객은 EU국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따라 하면 안 된다. EU국가 사람이 아닌 경우는 출국 전 비자 체크를 꼭 받아야 한다. 창구에서 도장을 꽝 받고 보안검색대로 간다. 아까 버스터미널에서 산 생수 반도 못 마셨는데 버리기 아까워 보안검색대 앞에 줄서서 벌컥벌컥 마신다. 주위에 나처럼 물마시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친구가 면세점에서 사달라고 부탁한 립스틱을 사고, 게이트로 향한다. 스탠스테드 공항은 단거리 저가항공사가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 탑승구에도 라이언에어(RyanAir)만 네 대 서있다. 비가 꽤 많이 내린다. 43번 게이트. 이번에는 가방이 두개라 늦게 타면 짐 올릴데가 없으니 일찍 가서 줄을 선다.
좌석은 10B, 3열 중 가운데 끼인 자리다. 오른쪽은 정장입은 여자, 왼쪽은 다리가 엄청 긴 남자가 앉았다. 둘다 이륙과 동시에 눈을 감는다. 머리 위에서 찬바람이 나온다. 팔을 뻗어 바람구멍을 막으려고 틱틱 치다가 왼쪽 방향으로 바람구명이 확 열려버렸다. 모른척하고 눈을 감고 있으니 왼쪽에 앉은 다리 긴 남자가 긴 팔을 뻗어 구멍을 막는다. 다행이다.
비행기는 5분 늦게 이륙했다. 앞으로 2시간을 날아가면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도착한다. 왼쪽에 앉은 다리 긴 남자가 하이네켄 맥주를 주문하고 £20를 냈는데 £15를 돌려준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놀란듯 영수증을 보고 또 본다. 나는 공항버스에서 실컷 자서 잠도 안오고, 할 것도 없어 멀뚱거리는데, 하이네켄을 다 마신 다리긴 남자는 자기 손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바닥면을 보고 뒤집어보고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한다. 나만큼 심심한가보다. 나는 폰을 꺼내 셀카를 찍어본다. 얼굴에 기름이 번들번들 하다.
드디어 도착! 라이언에어는 이착륙때 불을 다 끈다. 불을 끄는 것인지, 불이 꺼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튼 기내 조명이 나간다. 오늘따라 더 덜컹거린다. 비행기타고 멀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본다.
비행기 뒷좌석에서 계속 한국말이 들리더니 내가 짐 내리려고 하는데 도와주신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거봐~ 한국사람이잖아~"라고 한다. 초등학생 아들 둘과 아빠와 엄마 네식구가 여행왔나보다. 출국심사 받는데서도 앞-뒤로 줄을 섰다. 지금 런던에서 아빠분이 어학연수중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친구한테 받은 초콜릿을 아이들에게 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아마 일정 중 만나는 날이 또 있을 듯하다.
리스본 공항(Lisbon Portela Airport)은 넓고 깨끗하다. 신청사인듯. 입국장을 빠져나와 바로 현금지급기를 찾아 포르투갈 화폐를 뽑고, 사람들로 붐비는 공항을 빠져나간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야자수가 보인다. 따뜻한 나라라는 것을 실감한다. 2월초인데도 리스본은 춥지않다. 런던은 아직 겨울인데, 리스본은 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하다.
포르투갈 2편: 리스본(Lisbon) 여행 2화로 이어짐.
2022.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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