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잉글랜드 코츠월드(Cotswold) 여행 6화
송어 양식장은 군데군데 물을 막아 송어의 크기별로 각기 다른 곳에서 양식하고 있다. 하류 쪽은 새끼 송어들, 조금 더 위쪽에는 중간 크기, 가장 위쪽에는 내 팔뚝보다 큰 송어들이 모여있다.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니 양식장에 사는 오리와 백조들이 사람이 오면 사료를 갖고 온다는 것을 아나보다. 백조와 오리들이 줄줄이 모여든다. 먹이 던지는 시늉만 해도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식이다. 학습이 제대로 되어있다.
보통 양식장의 인위적인 물막이 형태가 아니라 최대한 자연을 그대로 살려 어항을 만들어둔 게 인상적이다. 이렇게 나뉘어진 양식장에 송어들이 크기별로 양식되고 있다. 훌쩍 자란 송어를 어떻게 골라서 다른 어항으로 옮길까 궁금하다.
초록 잔디를 밟으며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오리가 송어새끼를 잡아먹진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오리가 마치 양치기 개 처럼 송어를 돌보는 역할을 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까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백조(tmi. 다시 생각해도 웃김)를 보고나니 내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에 겸손해진다. 아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에 비해 늘 미미하다.
먹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고하게 혼자 물놀이 하는 백조와 도도하게 우리를 등지고 걸어가는 오리도 있다. INFP인가. 양식장 안에 사람은 친구와 나 둘뿐이라 마치 연예인이라도 된 듯 백조와 오리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산책 중이다. 이유는 손에 들고 있는 사료통이지만 말이다.
이 오리 세 마리는 계속 붙어다니면서 우리 뒤를 졸졸졸 따라다닌다. 털 색깔은 셋이 다 다른데 형제 혹은 자매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귀엽다. 노란색 오리발로 엉덩이를 씰룩 거리며 셋이 몰려다니니 귀여움이 세 배다. 바닥에 사료를 조금 놓아주니 셋이 사이좋게 나눠먹는다. 정말 찐친인듯.
송어 양식장 한켠에는 낙시터가 마련되어 있다. 신기한 게 양식장에 있는 송어들은 먹이를 던지는대로 몰려와서 먹는데 낙시터에 있는 송어들은 먹이를 던져줘도 먹지 않고 주위를 뱅뱅 돌기만 한다. 사료를 먹으면 낚시에 걸린다는 것을 이미 송어들이 배워서 아는 것이다. 우린 낚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므로 잠시 벤치에 앉아서 쉰다. 송어 양식장 안에서 바라보는 스완호텔은 초록으로 둘러싸여 더 예쁘다.
양식장에서 키운 송어를 판매하기도 한다. 송어, 치즈, 훈제연어 등이 얼음이 채워진 매대 위에 놓여있다. 가격은 아무래도 산지라서 저렴한 편이다. 기념품 상점도 그 옆에 있는데 비버리나 송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향비누와 허브티,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도 있다. 이곳이 관광지라는 것을 여기서 느낄 수 있다.
송어 양식장에 왔으니 신선한 송어요리 한 번 먹어보기로 한다. 양식장 앞 푸드코트에서 뼈없는 훈제 송어를 시켰다. 맛이 어떨지 몰라서 친구는 무난한 소시지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나눠먹기로 했다. 훈제 송어는 훈제 연어랑 비슷한 맛이다. 색깔은 연어보다 조금 더 선명하고 육질은 연어보다 쫄깃하다. 소스를 조금 더 달라고 해서 우리는 소스 맛으로 송어를 먹었다. 소스가 참 맛있었다. 주연보다 조연이 빛을 발하는 음식이라고 평해본다.
송어 양식장 입장권은 따로 없이 손등에 송어모양 도장을 꽝 찍어준다. (tmi. 어젯밤 10시에 시계가 멈췄다. 낮 12시쯤 되었는데 시계는 여전히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동안 관광버스 3대가 들어와서 주차하더니 수십명의 단체관광객이 차에서 내린다. 강변에 승용차도 여러대가 주차되어 있다. 붐비기 시작하는가보다. 다행히 우리는 일찍 와서 조용한 비버리를 둘러보고 이제 간다.
내일은 친구도 일찍 출근해야하고 나도 학교에 가야하니 점심을 먹고 바로 런던으로 출발한다. 오후 4시 전에는 집에 도착하겠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하늘이 너무 예쁘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내가 영국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하늘을 뚫을 듯 밝은 햇빛과 낯게 깔린 구름이 마치 천사라도 내려올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진심으로 행복했던 이틀간의 코츠월드 여행, 고맙습니다.
영국 코츠월드(Cotswold) 여행 이야기 끝.
2022.2.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