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잉글랜드 코츠월드(Cotswold) 여행 5화
버튼온더워터(Bourton on the Water)에서 비버리(Bibury) 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비버리에는 꽤 큰 송어 양식장(Bibury Trout Farm)이 있고, 사진에서만 보던 일렬로 늘어선 수백년 된 석조가옥이 있다. 코츠월드의 마을은 사실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라 지금도 거주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시골지역이니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어렵고, 자동차로 다녀가는 경우라도 주차장 시설이 별도로 되어있지 않아 마을 어귀에 차를 세워야 한다. 그러니 마을을 둘러볼 땐 조용히 그리고 집 안쪽은 들여다 보지 않는 것이 매너이다. 우리도 마을 초입에 적당한 곳을 찾아 차를 대고 마을로 걸어 들어간다.
길에는 사람이 없고, 주차된 차도 한대 없고, 관광객을 태운 버스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날짜와 시간을 잘 잡았나보다. 조용한 비버리의 첫 인상은 내게도 같이 차분할 것을 권하는 듯하다. 친구가 예전에 비버리를 방문했을 땐 단체관광객으로 북적대고, 관광버스와 강변에 불법주차한 차들로 제대로 둘러볼 수 없을만큼 정신없었다고 한다.
비버리도 마을을 가로질러 강(Coln R.)이 흐른다. 송어 양식장에서부터 흘러내려온 하류의 수질도 바닥의 자갈 무늬까지 보일 정도로 맑다.
강을 따라 조금 걸어내려가다 보면 우측으로 난 작은 다리가 있다. 나무로 만든 이정표에 직진하면 9 Arlington Row(알링턴 로우),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Bibury Trout Farm(송어양식장) 이라고 되어있다. 다리를 건너면 드디어 내가 사진으로만 봤던 그 집들이 있다. 철도가 발면되기 전 건축된 것인데 이 지역의 돌을 이용해 지어진 소위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이라고 하면 될지 모르겠다. 멋진 역사적인 주택, 알링턴 로우(9 Arlington Row) 코티지. 내셔널 트러스트로 지정된 곳이라 외벽에 <National Trust>배지도 붙어있다.
이 아기자기한 석조주택은 지붕까지 모두 돌로 만들어졌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면 당연히 이
곳에도 주민들이 살고 있다. 조용히 걷는다. 창문으로 내부가 슬쩍 보일 듯해서 일부러 창문 앞을 지날땐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 이곳에 사람이 산다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여겨질만큼 인형집 같이 예쁘다. 지붕이 굉장히 크고 길다. 높고 뾰족한 지붕을 한 석조주택의 실내가 얼마나 근사할지 궁금하다. 알링턴 로우(9 Arlington Row)는 평지에서 끝이나고 더 위쪽으로 이어진 언덕에도 집들이 들어서있다. 마당이 없이 집 현관이 바로 집앞 도로와 접해있으니 관광객이 많을 땐 주민들의 스트레스가 적지 않을 듯하다.
알링턴 로우(9 Arlington Row)에서 옆으로 난 오솔길로 들어서면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 밀림같은 수풀이 우거져있다. 울타리에서도 역사가 느껴진다. 투명하고 맑은 시내가 오솔길을 따라서도 흘러간다. 토토로(My Neighbor Totoro)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듯한 풍성한 수풀이 마치 다른 세상인 듯 신비롭기까지 하다.
비버리(Bibury)에는 4성급 호텔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스완 호텔(The Swan Hotel, Bibury)이다. 이름처럼 비버리에는 백조가 많다. 빨간색 덩굴식물로 덮힌 호텔 건물이 마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띤다. 사실 친구랑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코츠월드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이 호텔을 숙소로 하려고 했었다. 치핑캠든을 코스에 넣으면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버튼온더워터에서 숙박을 했는데, 결론은 어제 다이알 호텔이 너무 좋았으므로 아쉬움은 없다.
비버리는 송어양식장으로도 유명한데 양식장 입장은 유료다. 성인 1인 £4, 송어 사료는 50pence. 송어 사료를 하나 사서 안으로 들어가본다. 송어 양식장인데 백조랑 오리가 더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송어는 물 속에 있으니 그렇겠지만.
백조 한 마리가 뭍에 올라와서 고고하게 털을 다듬고 있다. 친구가 장난친다고 털 다듬는 백조 옆에서 발을 구르니 나중엔 백조가 마치 개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둘다 놀라서 뒷걸음 치며 어찌나 웃었는지, 백조가 이빨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것도 처음보고 으르렁거린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뭔가 '백조' 이미지와는 맞지 않아 더 재미있다. 송어 양식장이 있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본다.
영국 코츠월드(Cotswold) 여행 6편으로 이어짐.
2022.2.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