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잉글랜드 코츠월드(Cotswold) 여행 4화
아침 6시쯤 눈이 떠졌다. 우리가 묵은 객실은 1층인데 창 밖으로 정원이 보인다. 창문도 수백년 전 돌로 만든 구조물 그대로다. 다행히 영국은 겨울이 그리 춥지 않아 지금까지도 개조하지 않고 오래된 창문을 보존하며 사용하는 듯하다. 창문 바로 아래에는 라디에이터가 있어 추운줄은 모르고 잤다. 호텔 조식은 8시 30분에 예약 해뒀으니, 2시간쯤 여유가 있어 씻고 잠시 정원에 나가 아침 산책을 한다.
밤새 비가 내렸나보다. 잔디도 나뭇잎도 촉촉하게 젖었다. 싱그러운 아침공기를 한껏 마시며 잠시 걷는다. 이른 아침 시간대에만 느낄 수 있는 차분함과 약간의 설렘을 좋아한다. 아침 일찍 잘 못일어나는데 오늘은 일찍 일어난 덕분에 하루를 준비할 시간을 얻었다.
아침식사를 하는 곳은 어제 저녁 먹은 곳과는 장소가 다르다. 크게 다른 분위기는 아니지만 나름의 구분을 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테이블 세팅도 다르다. 작은 시골마을의 작은 호텔이지만 이곳에서 숙박하는 손님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조식 메뉴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English Breakfast)로 정했다. 이름처럼 잉글랜드식 전통 아침식사인데 베이컨, 소시지, 구운 버섯, 영국 순대(블랙푸딩; Black pudding), 감자, 콩, 스크램블 에그 등을 너른 접시에 함께 올려서 먹는다. 영국에 맛있는 음식이 없다고들 하는데 개인적으로 영국 음식을 좋아한다. 밖에서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지 영국에 맛있는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식을 마치고 방에서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한다.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후문에 자리잡은 소박한 리셉션에서 Mr. Simon이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보다 영어가 유창한 친구가 Mr. Simon에게 우리가 이 호텔 서비스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으며, 식사는 훌륭했으며, 그래서 정말 좋은 기억을 갖고 떠난다며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이먼은 우리가 감동하였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행복한 기억을 얻게되길 기원한다고 화답한다.
여행을 하는동안 가장 소중한 배움은 늘 사람으로부터 온다. 버튼온더워터(Bourton on the Water)에서는 다이알호텔(The Dial House)의 주인이자 종업원인 Mr. Simon이 그런 사람이다. 다른 호텔들처럼 거창한 리셉션으로 출입구에서부터 숙박객을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리셉션은 후문 작은 곳에 숨겨두고, 숙박객이 마치 가정집에 초대되어 온 것처럼 편안하게 머물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정성스러운 서비스로 감동을 주는, 진짜 훌륭한 사업가의 마인드를 가진 Mr. Simon.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 호텔이 무척이나 예약하기 어려운, 그러니까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것이다. 우린 수월하게 예약했는데,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나저나 친구가 얼마전에 비해 영어 말하기도 듣기도 실력이 훌쩍 늘었다. 지나가던 영국인 노인이 웅얼웅얼 혼잣말을 했는데 그것도 곧장 알아듣고 재치있게 반응해준다. 그 영국인이 친구의 반응에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더니 반갑게 인사하며 지나간다. 어제부터 좋은 구경을 많이 해서 귀도 입도 트였단다. 나도 같은 구경 했는데.. 무튼 이제 버튼온더워터를 떠나 다음 여행지인 비버리(Bibury)로 간다.
촉촉하게 습기를 머금은 수풀 사이를 시원하게 달린다. 비버리로 가는 국도는 이전에 비해 차선이 조금 넓어졌고 중앙선이 두겹의 실선으로 바뀌었다. 이런 도로는 나도 운전할 수 있을 듯하다.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맞으며 달린다.
영국 코츠월드(Cotswold) 여행 5편으로 이어짐.
2022.2.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