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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모렐의 발명>을 읽고ㅣ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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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Adolfo Bioy Casares, 1914-1999)의 대표 장편 <모렐의 발명 La Invención de Morel>입니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와 함께 중남미 환상 문학을 이끈 대가로 <모렐의 발명> 서문도 친구인 보르헤스가 맡아 썼습니다. 

1940년 발표한 이 소설은 공상과학, 추리, 환상소설의 요소를 동시에 지닌 작품으로 외딴섬 빌링스로 망명한 사형수 '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사람들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늪지대에 숨어 사는 그는 매일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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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불운한 기적의 증거를 남기고자 이 글을 쓴다... 나는 피서객들을 바라본다. 여기에는 헛것도 없고 영상도 없다. 그들은 진짜 사람, 적어도 나만큼은 진짜인 사람들이다. (p18)

이 외딴섬이 예사롭지 않은데 섬 주민들은 '나'를 보지 못하거나 혹은 '나'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는 듯합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갑자기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나'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한 여인을 보게 되고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 곁에는 늘 수염이 난 테니스 선수 모렐이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그러나 저 여자는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난 그 희망을 두려워해야 한다. (p35)

아름다운 그녀의 이름이 포스틴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점점 사랑을 키워갑니다.

 

동시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이상한 섬사람들의 정체가 모렐이 발명한 영사기에 의해 투사된 이미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결국 포스틴 역시 현실 속 실체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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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망감 2. 배우이자 관객이라는 이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 (p148)

영사기에 찍혀 영원히 행복한 삶의 순간을 반복하는 피사체들은 불멸이라는 축복을 얻었습니다. 그런 영상 속을 살아가는 포스틴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 역시 실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사형을 선고받은 망명자로 살아가는 고단하고 유한한 삶과 영원히 지속되는 확고부동한 환상의 세계 사이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자문하게 됩니다. 

환상일지언정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영원히 누릴 수 있는 삶은 한번쯤 꿈꿔볼 만하다? 혹은 복제품으로서의 삶은 무가치하다? 독자로서 제 선택은 어렵지 않지만 '나'의 입장이라면 또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밀한 구성과 완벽한 플롯을 가진 소설 <모렐의 발명>이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가 26세에 발표한 데뷔작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25.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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