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
오늘은 친구와 따로 움직이기로 한 날이다. 나는 감기기운이 아직 있어서 늦게까지 자고 숙소에서 쉬다가 12시쯤 점심 먹으러 나갔다. 시내에서 식사를 하고 헬싱키를 찬찬히 한바퀴 돌기로 했다. 날씨앱을 보니 종일 바람에 간간히 빗방울이 날린다고 해서 도톰한 니트 위에 바람막이 자켓을 입었다.
헬싱키 대성당 뒷길로 해서 다리건너 까지 갔다가 크게 한바퀴 도는 일정으로 잡았다. 뭐. 가다가 그냥 돌아갈수도 있겠지만.
왼쪽 사진에 있는 왼편 건물이 힐튼 호텔인데 디자인이 우리나라 해운대 웨스틴 조선호텔 같기도 하고, 풍경은 일본 후쿠오카 같기도 하다. 8월인데 도시 풍경은 마치 초겨울 같다.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어슬렁 거리며 걷는데 약간 오르막길이 나온다. 돌아갈까.. 하다가 오르막길 끝에 교회가 보여서 일단 올라간다. 가까운 듯 보였는데 오르막길을 꽤 올라갔다.
헬싱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칼리오 교회(Kallion Kirkko), 루터교 교회라고 되어있다. 입장은 무료. 헬싱키도 우리나라처럼 산? 언덕? 오르막길? 이 많은 도시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들어가 숨을 고르고 나왔다. 평면 2차원 이미지의 구글맵을 보면서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 이렇게 오르막길에 당한다(?).
언덕길을 넘어 헬싱키 사람들이 사는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고, 기찻길을 가로질러 한참을 걷다보니 식물원 같은 곳이 보여 잠시 들어갔다. 헬싱키 겨울정원(Helsingin talvipuutarha). 입장은 무료. 공원 가운데 온실이 있고 바깥에서 자라는 식물들도 무척 관리가 잘 되어있다. 구경하는 사람은 없고, 관리인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마주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뭔가 나만을 위한 공간인 듯한 느낌을 헬싱키에서 자주 받는다.
트램이 다니는 메인 도로를 건너 역시나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골목길을 한참 걸었다. 규모가 있어보이는 병원도 있고, 길이 끝나는 곳에 공원이 나온다.
잠시 비가 내렸던 터라 공원 잔디가 물을 먹어 축축하다. 흙이 묻은 신발을 간간히 잔디에 닦아가면서 공원 안으로 들어가보니 커다란 조형물이 있다. 시벨리우스 기념비(Sibelius-monumentti). 핀란드는 작곡가 요한시벨리우스(1865-1957)와 관련된 기념물들이 많다. 파도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600개의 파이프로 만든 기념비라고 되어있다. 여기도 나름 관광지일텐데 오늘은 나 밖에 없다. 조용하고 한적한 공원에 혼자 있으니 머릿속도 마음도 시원하고 이보다 더 좋을수가 없다.
시기를 잘 맞춘 것인지, 시간을 잘 맞춘 것인지 내가 둘러본 헬싱키는 모든 곳이 조용하고 깨끗하고 단정했다. 일본 영화 중에 <카모메 식당>의 배경이 이곳 헬싱키인데 영화감독이 왜 북유럽, 그 가운데 헬싱키를 배경으로 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헬싱키는 어찌보면 일본을 닮았다. <카모메 식당>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낯선 도시에서 작은 카페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2021.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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