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
아침에 숙소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이것저것 접시에 담다가 토스트기에 엄지손가락을 데었다. 순식간에 손가락이 부풀어 오르더니 아프다. 차가운 물을 컵에 담아 엄지손가락을 넣고 잠시 앉아 있다가 숙소에 물어보니 밴드를 준다. 더 부풀어오르지 말라고 밴드를 꽉 붙이고 아침을 먹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언제 데었냐는 듯. 무슨 밴드지? 아니면 나을 때가 되어서 그냥 괜찮아진건가? 이유야 어찌됐건 더 아프지 않아 다행이다.
이날 평소보다 아침으로 꽤 많은 음식을 먹었다. 얇고 동그란 저 햄에 딸기잼을 얹어 먹으면 단짠단짠, 최애하는 맛이다. 여행다닐때 탄수화물이 응축된 딸기잼은 꽤나 도움이 된다. 평소 야채나 과일을 좋아하지만 여행다닐땐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려고 한다. 배고프면 눈에 식당만 들어오기 때문에.
오늘은 헬싱키 일정 중 가장 날씨가 좋아서 핀란드의 과거 요새로 사용됐던 수오멘리나 섬(Suomenlinna)에 가기로 했다. 헬싱키 시청사 앞에 페리 선착장이 있고 매시간 수시로 배가 있다. 섬을 둘러보는 시간을 고려해서 우리는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로 했다.
숙소에서 시청사까지 지름길로 가려면 헤스페리아 공원(Hesperian puisto)을 가로질러 가야한다. 공원의 뙤르 호수(Toolo bay)를 중심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호숫가에 백조와 오리가 무리지어 있다. 그 근처 풀숲에는 오리 새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어미 오리가 사냥해오길 기다리는 건가, 그런거라면 부디 먹거리를 풍성하게 사냥하길 바란다.
페리 선착장에서 수오멘리나로 가는 왕복 티켓을 €7에 구입했다. 생각보다 페리 요금이 저렴하다 했더니 배가 뚜껑(?)도 없고 갑판에 의자만 죽~ 놓여있는 것이 정말 허술하게 보인다. 구명보트랑 구명조끼는 구비되어 있나 모를 지경이다. 심지어 하늘색 플라스틱으로 된 티켓도 돌아올때 반납하라고 한다. 흠. 역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환경보호에 진심인 북유럽이라고 내 맘대로 해석해본다.
(tmi. 아래 왼쪽 사진에 보이는 저 배는 아니다. 오른쪽 사진이 우리가 탄 배인데 자세히 보면 은색 핸들에 바닷물이 튀어있다. 배가 고속으로 달리면 바닷물이 다 튀는데 바닷물에 바지 버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헬싱키는 바다나 항구, 심지어 수산물 시장이 인근에서도 바다비린내? 짠내? 그런 특유의 바닷가 냄새가 안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바닷가나 항구 인근에만 가도 온통 짠내랑 비린내가 진동하는데 바다의 수온이 낮아서 그런건지, 궁금하다.
배는 정각에 출발했고 선착장에서는 약간 흐렸는데 수오멘리나로 가는 동안 점점 갠다. 시청사가 있는 헬싱키 항구가 점점 멀어져간다.
배를 타고 약 25분쯤 가면 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요새 섬, 수오멘리나에 도착한다. 멀리 수오멘리나 섬이 보이는데 요새인 듯한 높은 성벽도 보이고 평범한 건물들도 보인다.
약 3시간 정도 시간을 할애해 섬을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헬싱키에서 가까운 섬에 왜 요새를 만들었는지도 궁금했다. 수오멘리나는 4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인데 그 중 두 번째로 큰 섬에 위치한 수오멘리나 박물관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봤다.
핀란드도 우리나라처럼 주변국들로부터 침략을 많이 받았던 나라다. 스웨덴의 지배를 약 500년간 받았고, 그 후엔 러시아의 지배를 약 200년, 수오멘리나 요새는 그래서 스웨덴과 러시아가 요새로 이용해왔던 곳이다. 핀란드를 뺏기지 않으려고. 핀란드는 1917년에야 비로소 독립을 했다. 이곳 수오멘리나는 전쟁터 중에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섬에는 소방서, 교회, 학교, 교도소 등 모든 사회기반시설들이 들어와있다.
통상 요새에 있을법한 높은 성벽과 포탄 구멍(1번 사진), 망대도 있고, 주민들의 생활터전인 대장간, 유리공장(2번 사진) 등도 있다. 수오멘리나는 현재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교회(4번 사진), 박물관, 미술관(3번 사진), 카페, 호텔, 레스토랑 등. (사진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1,2,3,4)
건너편 섬으로 다리를 이용해 이동하면 그곳에도 박물관, 연회장, 레스토랑 등이 있다. 우리가 섬을 둘러보던 날은 건너편 섬으로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그 섬에도 아무도 없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메인 섬(두번째로 큰 섬)만 둘러보는 듯했다. 핀란드 사람들은 휴가 때 이곳 수오멘리나 연회장을 빌려 파티를 열기도 한단다. 오래된 성에서 파티를 열면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것일까, 우리나라 한옥에서 파티하는 느낌인가. 어쨌든.
천천히 둘러보고 차 한잔하고 하니 3시간 정도 걸린다. 다시 페리를 타고 헬싱키로 돌아간다. 여전히 날씨는 화장하다. 헬싱키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떠들지 않는다. 차분하게 자리를 지킨다. 헬싱키도 그렇고, 이곳 수오멘리나도 그렇고, 도시의 분위기나 이미지가 사람에게 비유하면 '겸손하고 세련된 지식인'의 느낌이 난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
디자인으로 유명한 나라답게 핀란드 헬싱키에는 예쁜 소품을 파는 가게가 많다.(위 사진 5장) 핀란드 브랜드인 마리메꼬(Marimekko) 와 이딸라(Iittala) 매장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에스플라나디 공원 바로 곁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입이 가능하지만 현지에만 있는 디자인이라면 선물용 작은 소품을 사기 좋은 곳이다. 가격은 대략 머그컵 €40, 앞치마 €60 정도. 마리메꼬 매장을 둘러보는데 밖에 또 한번 소나기가 왔다간다.
2021.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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