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참선가이자 영국인 불교 승려 아잔 브라흐만(Ajahn Brahmavamso Mahathera, 1951)의 명상에세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입니다. 영문 원제는 'Who Ordered This Truckload of Dung?: Inspiring Stories for Welcoming Life's Difficulties'로 우리 마음속 두려움과 고통, 분노와 불행을 '코끼리'로 상징한 108가지 일화를 담고 있습니다.
아잔 브라흐만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로 10대에 접한 불교서적에 감화를 받아 태국의 고승 아잔 차의 제자로 출가했습니다. 현재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명상의 권위자로 전 세계에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탄생은 곧 죽음의 선고이다. (p14-15) 서문 中
책의 서문에서는 고대 인도의 왕 아쇼카와 왕의 지위를 탐낸 동생 비타쇼카 형제의 일화를 통해 죽음을 인지하고 사는 삶의 가치를 먼저 설명합니다. 7일 후 사형 당할 위기에 처한 비타쇼카에게 감각적 즐거움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이죠.
이 일화는 인간의 삶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묻고 있습니다. 서문을 쓴 류시화 시인은 7년 후든 70년 후든 반드시 죽을 운명인 우리가 몸을 치장하고 즐거움을 위한 여행을 하고 건강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 마음을 위한 진지한 구도자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삶을 진지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며 자신의 참 본성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대가 자신의 참 본성을 알아차렸을 때만 진실로 남을 도울 수 있다. 우 조티카 사야도 (p237)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본문에 들어가면 아잔 브라흐마가 스승 아잔 차 밑에서 수행하며 깨달은 108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르침을 위한 책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쓰고 있는데 그래서 에세이로 분류됩니다.
행복과 고통은 거의 같은 비율로 얻는 것이 삶의 본질이다. 행복은 고통의 끝이 아니고 고통은 행복의 끝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 이 순환을 돌고 있을 뿐이다. - 아잔 차 (p47)
장 사이사이에는 다른 스님들의 어록이 실려있습니다.
사람들은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걸 원치 않는다. 자신의 문제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면 드라마를 보며 상상 속 인물들의 문제로 고민한다. 많은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원치 않는다. (p261)
깨달음을 얻은 이들의 말씀은 그른데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말씀이 이해는 되지만 거기서 멈춘다는 것인데 그래서 저는 소위 불교에서 말하는 범부 중생인가 봅니다.
2025.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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