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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고ㅣ서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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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의 대표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입니다. 작은 글씨, 좁은 자간과 행간, 무시무시한 두께를 자랑하는 이 책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 1828-1910) 같은 세계적인 사상가들의 참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쇼펜하우어가 갓 서른이던 1919년에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를 처음 세상에 내놨다고 하니 '천재'라는 수식어를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이 역본은 그가 일흔둘에 내놓은 3판을 번역한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읽기를 시도한 책인데 계속 실패하고 몇 년 만에 재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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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p7-27)에서 쇼펜하우어는 이 책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탐구해 온 '그 사상'을 전달하기 위해 썼으며 이보다 더 간결한 방법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 책은 동시대인이나 동포가 아닌 '인류'를 위해 내놓는 것이며 '그들에게 아무 가치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라는 집필 의도를 밝힙니다. 즉,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인류를 위한 진리를 논한 저서입니다. 

 

책은 전체 4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1, 3권에서는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2, 4권에서는 '의지로서의 세계'를 각각 두 차례에 걸쳐 고찰합니다.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이 말은 삶을 살면서 인식하는 모든 존재에게 적용되는 진리다. 하지만 인간만이 이 진리를 반성적 추상적으로 의식할 수 있으며 실제 이것을 의식할 때 인간의 철학적 사려 깊음이 생긴다. (p39) _제1권 1장 中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제1권 「1장 세계는 나의 표상」 첫 문장에서부터 묵직한 진리를 투척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표상으로서만 존재하며 이것이 선험적 진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태양과 대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눈과 느끼는 손을 지니고 있음에 불과하다고 부연합니다. 

 

쇼펜하우어 철학에서 '표상'이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오감에 의해 인지되는 대상을 말합니다. 

 

 

판다로스는 "인간은 그림자의 꿈"이라고 말했고 소포 클래스는 이렇게 말했다. "난 알고 있다, 살아 있는 우리는 환영이자 덧없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음을" (p58) _제1권 5장 中

 

역시 제1권 '표상으로서의 세계' 중 「5장 외부 세계의 실재성에 관한 문제」의 한 부분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보통의 인간은 모두 꿈속에 살고 있으며 철학자들은 홀로 깨어있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외부 세계의 실재성에 대해 고찰하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파이돈」에서 일종의 광기 없이는 진정한 시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하며, 무상한 사물 속에서 영원한 이념을 인식하는 자는 모두 광기를 띠고 나타난다고 말한다. (p271) _제3권 36장 中

 

제3권 '표상으로서의 세계' 중 「36장 창조적 천재와 광기」에서는 천재에게서 보이는 광기를 언급합니다. 위대한 정신은 광기에 아주 가깝다는 18세기 영국 시인 포프(Alexander Pope)의 말도 인용하고 있는데 일면 수긍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광기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가보지도 못한 동굴 밖의 진리의 빛(光)을 보는 능력과도 같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모든 것은 운명에 의해 최종적으로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사실 원인의 연쇄에 의해서만 그럴 뿐이다. 어떤 경우에도 어떤 결과가 그것의 원인 없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규정될 수 없다. 그 사건이 선행하는 원인의 결과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p413) _제4권 55장 中

 

제4권 '의지로서의 세계' 「55장 의지의 절대적 자유에 대하여」에서는 불교의 연기법 또는 인연법과도 같은 논의를 풀어냅니다. 모든 결과는 예정되어 있으며 그것은 반드시 원인에 의한다는 것입니다. 막연하고 신비로운 예언이나 숙명과는 다릅니다. 모든 현상은 인과의 법칙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제4권의 마지막 장 「71장 무(無)에의 의지와 세계」 가운데 마지막 문장입니다. 

 

우리의 그토록 실재적인 이 세계는 모든 태양이나 은하수와 더불어 무(無)인 것이다. (p544) _제4권 71장 中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다 보면 동양의 불교사상과 맥이 닿아있는 듯한데 구글링 해보니 쇼펜하우어는 불교를 자신의 철학 사상의 결론과 일치하는 최고의 종교로 여겼다고 합니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서로 같지 않은 면이 없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읽었을 때보다 또 조금 더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역시나 교양서로 읽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책의 해설서가 더 많이 읽히는 이유이겠지요. 


2025.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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