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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1,2권을 읽고ㅣ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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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과 함께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Pedro Vargas Llosa, 1936년생)를 꼽을 수 있습니다.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정치인이기도 한데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에 정치적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의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Conversacion en la catedral>는 1969년 작품으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30대 초반에 쓴 초기작이자 작가가 직접 고른 그의 대표작입니다. 라틴아메리카의 현대사를 다룬 독재자 소설로 구분되는 이 작품은 1950년대 페루를 배경으로 군사독재 정권이 권력을 잡은 8년 간의 어두웠던 시대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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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페루 리마의 부유한 가문 출신 신문기자 싼띠아고 싸발라와 그의 집 운전기사였던 암브로시오가 노동자들이 모여드는 '까떼드랄'이라는 주점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전체 서사의 기본틀로 하고 있습니다. 페루 독재정권의 협력자이자 싼띠아고의 부친인 사업가 돈 페르민과 하층민을 대표하는 암브리시오, 그 사이에서 깨어있는 지식인으로 반독재 노선을 표방하는 산티아고, 이 세 인물요소가 작품의 주된 플롯을 이끌어갑니다.

 

그런데 주점 이름이 왜 하필 '까떼드랄(catedral, 대성당)'일까요. 

 

 

뻬루나 다름없는 처지야, 싸발리따. 그의 삶도 언젠가부터 엉망이 되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온 나라가 죄다 개판이라고.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는군. (p15-16)

 

주인공 싼띠아고 싸발라는 친정권 성향의 신문사 《끄로니까 La Crónica》의 기자입니다. 신문사를 나와 시가를 향해 걸으며 잿빛 하늘과 빛바랜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시대의 혼란을 피해 갈 수 있는 개인은 없어 보입니다. 싼띠아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군중 속으로 사라집니다.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는 도입부부터 절망과 패배감이 짙게 드리웁니다. 

 

 

 

대학을 보면 그 나라가 어떤 수준인지 대충 알 수 있어. 스무해 전만 하더라도 대학교수들은 대부분 진보주의자들에 책도 많이 읽었지. 그런데 그들은 점점 평범한 부르주아로 변해갔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얼마 안 가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작은 벌레가 되고 만 거지. (p184-185)

 

싼띠아고와 하꼬보가 뻬루의 사회상, 특히 대학 개혁이라는 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장면입니다.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저항작가'로 불리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은 페루뿐만 아니라 남미 국가들의 사회상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정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를 변혁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가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이 나라는 엉망으로 시작해서 결국 엉망으로 끝날 거야, 우리처럼 말이지." (p271)

 

1950년대 페루의 절망적인 상황을 그리는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는 희망을 말하지 않습니다. 철저한 비관주의와 불신, 회의와 절망, 환멸이 소설의 주된 분위기를 이룹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로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이러한 시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했으며 그 결과로 이러한 작품으로 탄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꽤나 묵직한 소설입니다.  


2025.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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