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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를 읽고ㅣ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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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2019)의 시선집 <기러기 New and Selected Poems>입니다.

 

메리 올리버는 자연과 함께 살며 글을 썼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에 곧잘 비견되곤 하는 시인입니다. 자연을 소재로 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를 썼으며 이 시선집은 1963년부터 1992년까지 쓴 142편의 시를 엮었습니다. 1992년 출간 직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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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 세 가지를 / 할 수 있어야만 하지. /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 알고 그걸 끌어안기, /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 놓아주기. _「블랙워터 숲에서」 中

 

시인은 일생동안 날마다 숲과 바닷가를 거닐며 자연과 교감하고 세상의 경이로움을 찬양하는 시를 쓰며 소박한 삶을 살았습니다. 자연을 닮은 시인의 시에는 명상과도 같은 평온함이 담겨있습니다. 

 

 

착하지 않아도 돼. /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 (...) 세상 만물이 이룬 가족 안에 네가 있음을 / 거듭거듭 알려주지. _「기러기」 中

 

이 시선집의 표제작인 「기러기」는 당시 미국의 대학생들이 기숙사 방에 붙여 놓고 자신들만의 해석과 위로를 경험한 작품입니다. 우선 첫 구절부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기독교적인 시각에서는 이 시가 율법이 아닌 은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괜찮아, 라고 말이죠. 

 


어느 날 마침내 당신은 /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었고, 그걸 시작했지, // (...)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고, /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지, / 그것이 자신의 목소리임을 / 서서히 깨닫게 된 당신, / 그 목소리를 길동무 삼아, /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겠다는 / 결심으로, / 자신이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을 구하겠다는 / 결심으로 / 세상 속으로 / 깊이 더 깊이 걸어 들어갔지. _「여행」 中

 

메리 올리버는 세상이라는 가치에서 조금 벗어나 자연의 품에 살면서도 세상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위한 일을 해나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여행」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우리에게 세상을 위한 가치 있는 여행을 권하는 듯합니다. 

 

 

당신은 / 살아가면서 / 이보다 경이로운 걸 / 본 적이 있어? // 해가 / 모든 저녁에 / 느긋하고 편안하게 / 지평선을 향해 떠가서 // 구름이나 산속으로, / 주름진 바다로 / 사라지는 것 / 그리고 아침이면 // 다시금 / 세상 저편에서 / 어둠으로부터 미끄러져 나오는 것, _「해」 中

 

메리 올리버에겐 그 어떤 자연물에게서도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받아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자연을 예찬하고 경이로움을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연륜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제겐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합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을 보며 이런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저는 그것이 경이롭습니다. 

 

 


2025.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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