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스천으로 꼽히는 존 파이퍼(John Piper)의 책입니다. 삶의 가치와 삶을 대하는 우리의 가치관에 대해 살펴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책은 <지음 받은 목적과 인생의 방향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습니다. 책의 첫 장을 열면 "헛 살았어요! 여태 헛 살았습니다!" 라는 인용구가 시선을 끕니다. 한 노인이 일생을 자신을 위해 살다가 죽기 전 남긴 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앞둔 순간에 하게 될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체 어떻게 살아야 '헛 살지 않은 삶'이 될 수 있을지 책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착한 자녀, 좋은 자동차, 긴 주말, 몇몇 좋은 친구, 즐거운 은퇴생활, 빠르고 편안한 죽음', 이것만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인생의 비극이며 허비하는 삶이라고 말합니다. 앞에 열거한 것들은 제가 바라는 것들입니다.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들입니다.
실존주의의 끝에서 마침내 하나님을 만나다
실존주의의 모토는 사르트르가 내놓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였다. 먼저 우리가 존재하고 그런 다음 그 존재를 통해 우리가 자신의 본질을 창조한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이 될지 자유롭게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본질을 창조한다. 우리 외부에는 추구하거나 따라야 할 본질이 없다. 그것을 '하나님'이나 '의미'나 '목적'이라 부르자. 그러나 우리가 자신의 용감한 실존을 통해 창조할 때까지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p.16)
'용감한 실존'이라는 표현이 보입니다. 실존을 바라보는(직시하는) 것, 그리고 본래성(Authenticity)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용기 있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1950년대 초반에 상영한 연극, 사무엘 베게트(S.Beckett)의 <고도(Godot)를 기다리며>를 언급하며 작가가 이야기 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찔림으로 다가옵니다. 저 역시 실존주의에 한동안 푹빠져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떠나기로 결정하지만 처음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은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다... 이것이 베케트가 나 같은 사람들, 곧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는 실존으로 나 자신의 본질을 창조하는 대신 사물의 본질을 기다리고 구하며 발견하길 바라는 사람들을 보는 시각이었다.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다. 초월적 대상이나 목적이나 초점이나 본질을 추구한다면 그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다. (p.17)
저자 존 파이퍼는 이와 같은 실존주의의 끝에 비로소 하나님을 만났다고 이야기 합니다. 실존주의의 초원에 발을 들여놓으면 삶을 허비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길을 벗어나지 말라며, 만물의 핵심과 목적과 본질이 분명 있으니 계속해서 찾으라고 권면합니다.
'삶을 허비한다'라는 말의 반대는 영적인 야망을 좇아 사는 것이라며, '잘 살았다'라는 말은 자신의 영혼을 만족시키는 삶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에게만 유일한 '단 하나의 열정'을 알아내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존 파이퍼는 이러한 소제목으로 독자들에게 답을 구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귀를 기울이라
여러분 가운데는 자신이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당신의 삶의 결과물이 당신의 가장 깊은 영적 야망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모든 직업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고 암울한 시기가 있다. 이러한 경험을 무조건 직장을 떠나라는 부르심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이 깊고 되풀이되며 지속적이라면, 이러한 불만이 성경에 젖은 토양에서 자란다면, 하나님은 새로운 일터로 당신을 부르고 계신다고 보아야 한다.... 당신의 깊은 영적 야망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와 사역으로 당신을 옮겨 심으려고 당신의 뿌리를 흔들고 계신다.
단, 하나님은 당신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실 때 우리가 그분과 나누는 교제의 샘에서 가슴까지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하신다. (p.236-237)
기독교 신앙이 아닌 경우라면 위의 글에서의 하나님을 '신' 또는 '우주'로 바꿔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에 덧붙여 존 파이퍼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다른 곳으로 부르실 때 세상이 보기에 '더 편한 삶'으로 부르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영적인 야망'은 '육신의 야망'과는 다른,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만족이라는 결과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의사로 살면 내 삶이 가장 유익할 거라는 유쾌한 확신을 느꼈다... 3주일을 병원에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 4주 전에 그렇게도 확신했던 삶의 계획이 병을 앓는 동안 모두 허물어졌다."
우리의 계획이란 때로 너무나 허술합니다. 지금의 제게 이 문장은 남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저 역시 오랜기간 '이렇게 살면 유익하겠다'라는 거의 100%에 가까운 확신으로 해오던 일이 있었는데, 지난달 수술을 받고 요양을 하는 동안 그 계획들이 허물어져버렸습니다. 100%의 확신이 100%의 의문으로 바뀌었습니다. 다시금 원점에서부터 저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삶이 한 순간 일시정지하는 순간이 오면 처음엔 불행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지나고나면 그것은 불행을 가장한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주변 환경을 통해 우리 각자가 지음 받은 목적에 가장 잘 맞는 삶의 길을 걸어가길 바랍니다. 그 단 하나의 길은 고단하고 거칠지라도 흔들림 없이 길을 닦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생의 길이 너무 고단한 사람, 혹은 삶이 너무 순탄한 사람(이 경우가 더 문제일 수 있음)이라도 한번쯤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합니다.
이 책이 제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대체 네가 그 일을 하려는 동기(속뜻, 의도)가 무엇이나?"
"대체 네가 그 일을 그만두려는 동기는 무엇이냐?"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질문 앞에 저를 세워봅니다. 그리고 깊이 성찰해봅니다.
2021.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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