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콜레르의 「영원한 젊음」을 읽고
술, 담배, 마약, 독거 같은 건강과 장수에 좋지 않다는 습관을 즐기면서도 주민의 대부분이 100세를 훌쩍 넘는 장수마을이 있습니다. 남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Vilcabamba)라는 곳인데 이 마을의 장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아르헨티나 출신 의사이자 작가 리카르도 콜레르(Ricardo Coler, 1956)의 <영원한 젊음: 120세까지 건강한 마을, 빌카밤바에 가다>에서는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해 빌카밤바의 사례를 들어 고찰하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조금 의아한(?) 면이 군데군데 보이지만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큰 의료 선진국인 우리나라와 대비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빌카밤바 주민들은 건강을 지키려고 스스로를 괴롭힌다거나 하고 싶은 걸 그만두는 법이 없다. 이 마을에서는 어느 누구도 연명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_본문 가운데
저자인 리카르도 콜레르는 노환으로 병원에서 지내는 아버지와 빌카밤바의 장수 노인을 교대로 조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남미 에콰도르의 소박한 시골마을 빌카밤바 사람들은 대체로 골초에 술고래로 소위 건강에 해로운 생활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공기가 좋고 물이 깨끗하고 자연식을 하는 덕분이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영원한 젊음>에서는 빌카밤바의 건강과 장수의 비결을 다양한 가설을 통해 밝혀보려 합니다.
빌카밤바의 치유력을 설명하기 위해 리카르도 콜레르는 '크로노테라피(Chronotherapy)'라는 개념을 가져옵니다. 전문가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질병의 징후가 스스로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방식인데 이렇게 치유되는 질병이 많다고 합니다. 이 방식은 실제 남미 대부분의 나라에서 흔히 적용하는데 과거 원주민의 지혜가 그 근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빌카밤바의 노인들은 병들어 아픈 것 없이 숨을 거둔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를 번듯하게 건사한다. 그리고 죽는다. 그냥 곧바로. _본문 가운데
의료기술이 발전한 현대사회에서, 특히 우리나라같은 의료 선진국에서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병원에서 머물다 죽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빌카밤바의 노인들은 일상을 이어가다 갑자기, 샤워하러 가다가, 자다가, 밭에 일하러 갔다가, 그렇게 '귀족처럼' 세상과 작별합니다. 어쩌면 모든 인간이 바라는 죽음의 모습입니다.
리카드로 콜레르는 <영원한 젊음>의 마지막 부분에서 '건강한 삶'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고 말합니다. 우리가 왜 건강과 장수에 가치를 두는지, 건강하고 장수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그저 건강하고 장수하는 자체가 목적이라면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말이죠.
만일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만이 온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더라면, 인류는 역사를 가질 수도 없었을 것이며, 가졌다 하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역사이고 말았을 것이다. _본문 가운데
빌카밤바의 사람들을 보며 안온한 삶, 잘 먹고 잘 사는 삶, 이것을 추구하는 것이 어쩌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건 아닐까라고 질문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2025.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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