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골덴베르그의 「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를 읽고
내 맘대로 살겠다니, 시선을 잡아채는 통쾌한 제목의 책입니다.
브라질의 인류학자 미리안 골덴베르그(Mirian Goldenberg, 1956-)는 자신의 저서 <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에서 '행복한 삶을 만드는 17가지 질문들'이라는 부제로 인간의 행복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류학자로서 저자가 18-98세의 남녀 5,000여 명을 인터뷰하고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집필한 것으로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조언과 여러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미리안 골덴베르그는 같은 주제로 테드(TED)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발견한 '행복 곡선'의 바닥을 찍는 연령대인 40세에서 50세 사이의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U자형 곡선을 그리는 행복 곡선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자신감과 평정심, 온화함, 소박함, 가벼움, 용기, 행복, 여유가 가장 부럽다... 철학을 공부하는 나의 친구는 내가 부러워하는 자질들을 한 가지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아타락시아(ataraxia)이다. _본문 가운데
인류학자인 미리안 골덴베르그 역시 다른 여자들에게 부러운 게 있습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갖지 못했다고 여기는 가치들, 그래서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평정심, 온화함, 소박함, 가벼움, 용기, 행복, 여유
이들의 반대편에 있는 것들을 한 단어로 쓴다면 '돈'이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에서 미리안 골덴베르그는 '내 맘대로 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열일곱 가지 문제를 던져주고 그것에 대한 저자 나름의 이야기를 해나갑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언급해 보면,
행복해지고 싶다 /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더 잘난 것 같다 / 언제나 자존감이 바닥이다 / 나를 위한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 솔직히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 / 내 맘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
등입니다.
누구나 한번 쯤 해봤을 생각에 대한 인류학자의 답은 일면 원론적이기도 하지만 덕분에 생각할 거리를 열어두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을 인용하며 이 책의 집필 의도를 밝힙니다. 이 부분이 특히 와닿네요.
"행복에 대한 정신분열적인 고집... 행복을 처음 맛보자마자 행복은 나의 유일한 관심사가 되었다." _시몬 드 보부아르 「계약 결혼」 가운데
행복 역시 길러지는 것이며 그래서 배워야 하는데 그것이 미리안 골덴베르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말합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같은,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향한 애정 어린 프러포즈라는 생각이 드네요.
행복을 맛본 사람만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옳소.
2025.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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