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Fahrenheit 451」을 읽고
1790년 설립. 영국의 영향을 받은 불온 책자들을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완전히 소각해 버리기 위해 세워짐. 최초의 방화수: 벤자민 프랭클린. (p.62)
미국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Douglas Bradbury, 1920-2012)의 대표작 <화씨 451 Fahrenheit 451>입니다. 1953년 출간된 저서로 책이 금지된 세상, 읽고 쓰고 사고하는 일련의 행위가 통제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책의 표제로 쓰인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책을 태우는 방화수로 10년째 일하고 있는 30대 남성입니다.
불태우는 일은 즐겁다. 불꽃은 춤추면서 천천히, 그러나 결코 멈추는 일 없이 무엇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간다. 점점 색깔이 어두워지다 이윽고 검은색으로 변하고 마침내 본래의 것과는 전혀 다른 물질로 변해 버린다. 음흉한 마음으로 가득 찬 악마의 불꽃들이 손에 들린 놋쇠 분사구에서 쏟아져 나와 이 세상으로 마구 뛰쳐나간다. (p.15) _첫 문장
방화수들은 사람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금지된 책을 불태우고 책이 숨겨진 집을 불태우는 일을 합니다. 그들이 출동할 때 쓰는 헬멧에는 '451'이라는 숫자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습니다.
몬태그는 건너편 벽에 붙어 있는, 100만 권은 됨직한 금서들의 목록을 쳐다보았다. 지난 몇 년 동안 그 책들은 그의 점화기에서 나온 불꽃들에 의해 한 줌의 재로 변해 가고 있다. 그들이 갖고 다니는 파이프와 분출구에선 생명수가 아니라 등유가 뿜어져 나온다. (p.61)
책의 죽음. 레이 브래드버리는 책이 사라진 세상에 관한 인터뷰에서 "민주주의가 건강하기 위해서 독서는 얼마나 중요한 겁니까?"라고 되묻습니다. 정보가 통제되고 자유로운 생각이 통제되는 디스토피아를 <화씨 451>에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심지어 <화씨 451>에서 처음 책을 태우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 것을 그는 당부합니다.
우리는 매클린 일가가 시카고에 살 때부터 경고했지. 책을 찾을 생그 삼촌이란 자는 복잡한 기록을 갖고 있어. 반사회적인 인간이지. 그 소녀? 그 앤 시한폭탄이었다고. 그 앤 '어떻게?'가 아니라 '왜?'를 알고 싶어 했어. 정말 골치 아픈 일이지. '왜?'라고 의문을 품고 그걸 고집할수록 불행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야. (p.102)
몬태그는 우연히 클라리세 매클린이라는 17세 소녀를 만납니다. 대화를 나누고 또 우연히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들이 이어지다 갑작스레 클라리세는 자취를 감춥니다.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이 어린 소녀는 누구이며 어디로 간 것일까요. <화씨 451>에서 방화수들과 반대되는 길을 가는 매클린 가문 사람들, '왜?'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이들은 디스토피아의 유일한 희망이자 <화씨 451>이 움켜쥔 세상에서는 극도로 반사회적인 사람들입니다.
1790년에 설립된 책을 태워버리는 기관, 지금도 어딘가에서 조용히 활동 중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2025.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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