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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 Flowers for Algernon」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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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 Flowers for Algernon」을 읽고


뇌 수술로 지능이 좋아질 수 있을까? 이러한 상상에서부터 출발한 소설, 미국의 SF 소설가 대니얼 키스(Daniel Keyes, 1927-2014)의 <앨저넌에게 꽃을 Flowers for Algernon>입니다. 1959년 발표한 소설로 1968년 영화 '찰리'로 각색됩니다. 

 

소설은 IQ70의 빵집 점원 찰리가 저명한 대학교수의 제안으로 실험에 참가하면서 뇌 수술로 IQ185의 천재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일기 형식의 경과보고서를 쓰고 같은 뇌 수술을 받은 '앨저넌'이라는 하얀 생쥐와 테스트를 받는 것입니다. <앨저넌에게 꽃을>은 이때 찰리가 쓴 일기를 엮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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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가보거서 1. 3얼 3일. 이재부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기어카는지 하고 나한테 이러난 이른 전브 다 저거야 한다고 스트라우스 박사님이 그래따... 난 똑똑캐지고 싶따. (p.10)

 

찰리가 쓴 첫 경과보고서는 맞춤법, 띄어쓰기 등 부족한 게 많이 보입니다. <앨저넌에게 꽃을>에서는 찰리가 수술 후 점점 지능이 높아지면서 일기의 문체도 생각도, 맞춤법도 좋아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찰리의 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이 '똑똑해지고 싶다, 똑똑한 OO, 똑똑하다면'같은 높은 지능에 대한 선망입니다. 그동안의 받은 마음의 상처때문인데 바람대로 찰리가 똑똑해지면 찰리는 행복해질까요.

 

 

예전에 그들은 날 비웃었고, 내가 게으르고 무식하다고 나를 무시했다. 이제 그들은 내게 지식과 이해력이 있다고 미워한다... 사람들이 앨저넌을 다른 쥐들과 함께 커다란 우리에 넣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다른 쥐들도 앨저넌에게서 등을 돌릴까? (p.165-166)

 

친구들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고 그들과 잘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참여한 이 실험을 통해 찰리는 어쩌면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얻었는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몰랐다면 더 좋았을 것들에 대해, '똑똑'해진 찰리는 통찰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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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이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거인들이 아니라, 아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모든 것에 대답할 수 없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무섭다. (p.232)

 

찰리의 경과보고서를 검토하는 교수와 연구진들은 처음엔 찰리에게 맞춤법을 알려주고 글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주다가 이젠 좀 이해하기 쉽게 써달라는 부탁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 부탁을 들은 찰리는 문득 이 정도의 글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뇌를 맡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안타깝고, 슬프고, 읽기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앨저넌에게 일어난 것을 보니 진짜처럼 느껴진다. 처음으로 앞으로의 일이 겁이 난다. (p.380) 

 

그리고 앨저넌이 세상을 떠납니다. 찰리는 '그들'이 앨저넌을 소각로에 넣어버리기 전에 작은 상자에 넣어 집으로 가져옵니다. 그리고 바보같은 마음을 담아 앨저넌을 뒷마당에 묻어주고 들꽃 한 다발을 무덤에 올려놓습니다. 어쩌면 찰리와 같은 운명을 살았던 앨저넌의 죽음 앞에 찰리는 두려움과 함께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책의 표지에 적힌 <앨저넌에게 꽃을>이라는 표제 앞에 작은 폰트의 글귀가 수식어처럼 붙어있는데 책을 다 읽고나서야 뒤늦게 눈에 들어옵니다. 

 

운명을 같이 했던 너, 앨저넌에게 꽃을... 


2025.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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