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를 읽고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과 함께 세계 3대 추리 소설로 꼽히는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1-1976)의 1939년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입니다. 영국에선 <The Ten Little Indians>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으며 1940년 미국판에서는 소설에 나오는 동요의 마지막 가사를 따서 <And Then There Were None>이라는 표제로 출판됩니다.
추리 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는 이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일컬어 '가장 쓰기 어려웠던 책'이라고 말합니다. 그 덕분인지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미스터리 소설 목록에 이름을 올립니다.
1등 열차 흡연실에 몸을 실은 전직 판사 워그레이브는 시가를 피우면서 타임지의 정치면 기사를 흥미롭게 읽어 내려갔다. (p.9) _첫 문장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익명의 편지를 받은 8명의 사람들이 '인디언 섬'이라 불리는 외딴섬으로 초대되고, 그 섬에 있는 하인 부부까지 모두 10명이 한 사람씩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주요 서사로 하고 있습니다.
식당 테이블에는 10개의 인디언 인형이 놓여있고 한 명씩 사라질 때마다 인형도 자취를 감춥니다. 살아남은, 아직 죽지 않은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범인이 누구일까를 추리합니다. 독자와 같이 말이죠.
섬에 있을 때는 세상과의 접촉을 끊어도 된다ㅡ섬이 바로 하나의 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시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또 생각에 잠겼다. '여기에서는 모든 일을 잊어야겠어.' (p.40)
초대장을 받은 8명 중 '인디언 섬'에 도착한 암스트롱 의사는 적어도 이 섬에서만은 모든 일상의 걱정거리를 잊고 지내기로 합니다. 마치 앞으로의 일을 예견이라도 하듯 암스트롱은 독백과도 같은 생각을 이어갑니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섬...
'인디언 섬'에 도착한 또 다른 인물인 교사 베라 클레이슨은 자신에게 배정된 방안을 거닐다 벽난로 위의 액자에 들어 있는 네모난 양피지에 적힌 동요 가사를 읽어 내려갑니다.
열 명의 인디언 소년이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 / 한 명이 목이 막혀 죽어서 아홉 명이 되었다. / 아홉 명의 인디언 소년이 밤늦게까지 자지 않았다.... // 한 명의 인디언 소년이 혼자 남았다. / 그가 목을 매어 죽어서 아무도 없게 되었다. (p.38)
인디언 동요의 마지막 가사가 이 책의 제목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쓰였습니다. 심오하고 섬칫한 동요네요.
모두가 함께 응접실로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앉아서 서로를 쳐다 보았다... 이때에 그들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은 비정상적이고도 열병과 같은, 마치 병에 걸린 듯한 것들이었다... (p.191)
10개의 인디언 인형이 하나 둘씩 사라지면서 남은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 의심과 경계를 놓을 수 없습니다. 대체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을 꾸민 것일까요.
추리소설은 역시 비 오는 날 칩스 먹으면서 보는 게 제맛입니다.
2025.1. 씀.
'[책] 소설 시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맥 매카시의 「로드 The Road」를 읽고 (0) | 2025.01.31 |
---|---|
팀 오브라이언의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을 읽고 (0) | 2025.01.29 |
폴 존슨의 「지식인의 두 얼굴 Intellectuals」을 읽고 (0) | 2025.01.28 |
벵하민 라바투트의 「매니악 Maniac」을 읽고 (0) | 2025.01.27 |
장 크리스토프 뤼팽의 「불멸의 산책: 내 마음 같지 않은 산티아고 순례」를 읽고 (0) | 2025.01.26 |